(휴가괴담 7)
“괜찮을까? 빨리 가야 하는 거 아냐?” 우리는 휴가지에서 이런 승강이를 하며 긴장에 휩싸여 있었다. 아내는 계속되는 고통을 호소했고, 나는 그 옆에서 서둘러 병원에 갈 것을 종용했다. 여름 무더위가 제 색깔을 완연히 드러낸 8월의 첫날, 열어젖힌 문으로 들어온 바람은 너무 미약했다. 더위를 조금이라도 참아내려는 듯 사위는 조용했다. 멀리서 들려오는 아이의 소리만이 사람이 살고 있는 마을임을 알려주었다.
“안 되겠어. 가는 게 좋겠어”, “안 돼! 조금 더 있다가.” 그러잖아도 더운 날, 아내와의 승강이는 좀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고통을 참아내기 위해 농담도 해보고 실없는 웃음도 터트렸다. 지난 얘기들을 더 꺼내려 할 즈음 난 이렇게 물었다. “안 되겠지?” 아내도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는지 “그래, 가는 게 좋겠어”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린 허겁지겁 옷을 주워입고 방을 나섰다. 너무 오래 참은 게 아닐까. 걱정스런 침묵이 흘렀다. 차창 밖으로 무수히 많은 차들이 쏜살같이 달려왔다간 사라져갔다. 끼이익. 금속성 기계음과 함께 차는 멈춰섰다. 빨리 가려고 하다 그만 왼쪽에서 달려오는 차를 발견하지 못한 우리쪽 실수였다. 이러다가 도착도 하기 전에 큰일나는 거 아니야, 괜찮을까, 서둘러야 했던 게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병원까지 왔다. “들어갈게”, “그래, 그래.” 애써 웃음을 지으며 병실로 들어가는 아내를 보았지만 걱정이 가득했다.
“김동희 보호자분, 김동희 보호자분!” 낯익은 이름에도 난 무엇에 홀린 듯 선뜻 대답하질 못했다. 족히 8시간 정도 걸리리라 짐작하고 하릴없이 책장을 넘기던 내게 그 소리가 들릴 리 없었다. 시계를 봤다. 이제 2시간20여분이 지났을 뿐이다. “예, 여기 있습니다.” 무슨 일일까. 혹시…. 5m도 채 되지 않는 거리를 뛰어가듯 걸었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을 것만 같은 생각을 지우듯.
병실 문을 조심스레 열고 두발을 들이밀었다.“확인해보세요. 손 하나, 둘, 셋…,발 하나, 둘, 셋…, 이상 없죠”, “아, 예. 고맙습니다.” 간호사의 말이 들려오질 않았다. 그 외에도 뭐라 뭐라 여러 가지를 알려주었는데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다. 그저 고마웠고, 반가웠다. 그렇게 우리에겐 셋째가 생겼다. 우리 휴가는 셋째를 보느라 여지없이 흘러갔다. 이 일을 계기로 나는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 출산이 임박한 산모와 휴가를 떠나지 말라. 출산 예정일을 8월로 잡지 말라.
김정완/ 성남시 수정구 신흥3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