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괴담 3)
회사에서 휴가 기간에 신청을 받는다는 사내 이메일이 공지된 뒤 난 이번 휴가를 아예 7월 초로 못박았다. 지난해에 느즈막히 8월 말로 잡았다가 업무가 폭주하는 바람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휴가를 못 간 우를 되풀이하기 싫었기 때문이다.그런 나의 잔머리를 비웃기라도 하듯 일은 터지고 말았다. 친구들과 안면도 여행을 계획하고 준비하던 휴가 두 번쨋날이었다. 꾸물꾸물 금세 비가 내릴 것 같은 날씨 때문에 걱정하던 중 휴대폰 벨이 울렸다. 병환 중이신 할머니가 위독하다는 것이었다.휴가 생각은 뒷전이고 할머니가 입원해 계시는 병원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날 밤 할머니는 끝내 돌아가셨다.
여느 상갓집이 그렇듯 난 온갖 심부름을 하며 첫날밤을 보내고 둘쨋날도 하루종일 이리저리 뛰어다녀야 했다. 그리고 찾아온 두 번째 밤. 원래 상당하고 두 번째 밤이 가장 손님이 많다고 하던데 우리 집도 마찬가지였다. 번잡한 상갓집 분위기가 좀 잦아드는 새벽 3시쯤 난 집안 어른들의 동태를 살피고 잠시 쉬러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다. 눈을 피해 쉴 데라곤 병원 지하 주차장에 주차시켜 놓은 내 차가 가장 좋을 듯싶었다. 한 10분쯤 잤나. 무의식적으로 눈을 뜬 난 숨이 멎는 줄 알았다. 여름이라 창문을 열어놓았는데 옆에 주차한 승합차 안에서 소복을 한 창백한 얼굴의 여자가 나를 뚫어지게 내려다보는 게 아닌가. 아, 귀신을 보면 이런 마음이구나 하는 생각이 스치며 등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그러자 소복 입은 여인은 손을 들더니 창문을 닫고 하품을 하며 차창 밑으로 사라졌다. 순간 “저 여자도 나처럼 피곤해서 잠시 쉬러온 여자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올 휴가는 그렇게 날아갔지만 짧은 순간의 공포는 지금도 뇌리에 남아 있다.
한규선/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