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자와 함께 ] 2002년08월13일 제422호 

사례 발굴에 매달린 이유

420호 표지이야기, 그 뒤

‘독자’라는 낱말은 겨우 두 글자지만, 기자들에게는 이 낱말만큼 복잡한 대상도 드물다. 비교적 매체 색깔이 분명한 <한겨레21>이라지만, 독자군마저 그만큼 단일한 것 같지는 않다. 독자들은 같은 기사를 두고 다양한 평가를 내린다. 칭찬과 비난이 동시에 맞서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420호 표지이야기 ‘황당하다 공무수행’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비난이 더 많았지만.

다양한 독자들을 모두 만족시킬 수 없다면 목표 독자층을 제한하는 도리밖에 없다.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공직사회의 실태를 누구보다 잘 아는 건 공직자 자신일 것이다. 또 그들과 공생(?)관계에 있는 비공직자들도 내막을 잘 꿰고 있을 터다. 그러나 일반 독자들에게는 실태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괜찮은 메시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우리는 구체적 사례에 매달렸다.

한 독자는 기사에 적시된 사례들을 보고 현실을 개탄하는 글을 보내왔다. “기관장이 왜 자기 손으로 운전을 못 하나요. 외국에서는 손수 운전을 하거나 대중교통을 애용한다던데. 관사는 또 뭐예요. 지역구에 거주하면 자기 집이 없나요.” 다른 독자는 “나 자신도 평소 별 생각 없이 사무실에서 사적인 전화를 해왔다. 전철환씨 같은 분들이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나 어느 독자는 <한겨레21> 기사를 맹비난했다. 기사에 화가 난 공무원일까? 독자의 직업은 알 길이 없으나, 그가 화가 난 까닭은 기사가 “쓰다 만 기사 같다”는 거였다. 그는 또한 “좋은 고발임은 분명한데… 고발기사는 많아도 바뀌는 게 없는 건 기자들부터 고발만 할 뿐 대안을 제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안 제시가 어려우면 고발한 내용에서 모두 실명을 거론하라”고 했다.

옳은 지적이다. 제대로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 게 이번 기획의 목표 독자층을 제한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변명해도 변명될 리 없다. 다만 그동안 숱하게 대안을 제시하면서 대안 자체가 이미 도식화한 느낌이 들었음을 밝힌다. 그런 딱딱한 내용 대신 풍부한 사례를 담고자 했다. 물론 좀더 근본적인 대안을 찾아내는 노력이 부족했을 수도 있다. 사례가 충분한 영감을 주었는지도 의문이다. 좀더 분발해야겠다.

안영춘 기자 jo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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