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자와 함께 ] 2002년08월08일 제421호 

‘옵빠’를 다시 보고 싶다

지난주 <한겨레21>은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하는 공직자들을 비판하는 표지기사를 썼다. 부끄럽지만 고백해야겠다. 2주 전에 김남일 신드롬에 대한 표지기사를 준비하면서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김남일 인터뷰를 추진하면서 기자는 ‘김남일 옵빠’를 만나고 싶다는 사적인 욕망에 설레었다. 인터뷰를 일절 거절한다는 구단의 답변에 ‘개인적으로’ 몹시 실망했다. 준비한 인터뷰 기사가 빠지게 돼 표지기획 전체의 힘이 다소 빠져 안타깝기도 했지만 말이다.

오프사이드가 뭔지도 모르는 수준의 축구상식을 가지고 월드컵을 즐기며 김남일을 개인적으로 좋아하게 됐다. 나중에 상당수, 아니 대다수의 여성들이 김남일에 열광하는 모습을 보며 매우 놀라웠고, 흥미로운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사건에, 어떤 영화에, 어떤 인물에 많은 사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열광하는 것에는 까닭이 있다. 특히 김남일은 엔터테이너 중심의 핸섬하고 매너 좋은 인물들이 주를 이루던 스타 신드롬의 계보에서 난데없이 등장한 인물이다. <한겨레21>이 월드컵 현상의 부산물이자 가장 눈에 띄는 결과물인 김남일 현상에 주목한 이유다.

염려가 없었던 건 아니다. 아니나 다를까 독자편집위원회에서 몇몇 독자들은 <한겨레21>이 너무 가볍게 나가는 것이 아닌가 비판했다. 독자분들의 염려와 애정은 매우 고맙다. <한겨레21>이 우리 사회의 막힌 구멍을 뚫는 데 큰 힘을 실어야 한다는 건 무엇보다 중요한 의무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한겨레21>도 ‘정치적 올바름’이나 ‘도덕지상주의’에서 때로는 한 발짝 떨어져 세상을 봤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은 대의명분보다 사소한 욕망과 호기심들로 구성된다. 폼나지는 않지만 이러한 일상의 작은 진동들에 주목하는 것 역시 <한겨레21>이 놓치지 말아야 할 덕목이 아닐까 싶다. 기사의 완성도와는 무관하게 김남일 신드롬의 표지가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하는 이유기도 하다.

7월 말쯤 그라운드 복귀가 예상됐던 김남일 선수는 아직 팬들의 시선에 잡히지 않는다. 하루빨리 그의 ‘무대’에서 실력을 발휘하는 김남일 선수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대책 없고, 멋대로이며, 팬들을 푸하하 웃게 만드는 그의 어록들도 함께 말이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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