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자와 함께 ] 2002년07월23일 제419호 

북한이 살아남는 길

417호 표지이야기, 그 뒤

과연 6·29 서해교전을 둘러싼 실체적 진실은 무엇일까. 재발 가능성은 없는 것일까. 또 다른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한 해법은 뭘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런 물음들에 대한 속시원한 답변을 내놓기란 정말 쉽지 않다. 물론 “북은 남쪽과 마주 앉으라”라는 제목을 단 417호 표지기사를 내보낸 이후에도 근본적인 궁금증이 가시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북한 고위층의 동정이나 군부 내부사정에 정통한 인사들을 만나 추가취재도 하고, 심지어 금강산까지 달려가 그쪽 인사들을 만나보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북한 사람들조차도 이번 서해교전이 왜 일어났는지를 매우 궁금해하면서 오히려 남한에 되물었다는 점이다. 이렇게 남과 북이 어울려 잘 지내는데 왜 이런 불미스런 사건이 일어났는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적어도 남북정상회담 이후에는 동포끼리 총부리를 겨누고 상대방을 향해 총질을 해대는 것이 상상조차 안 된다는 얘기였다. 그러면서 슬쩍 미국 음모론을 끄집어낸다. 이쪽에서 “말도 안 되는 소리 또 하지 마라”고 면박을 주면 뜻밖에 쉽게 말꼬리를 내린다. 다행인 것은 서해에서 양쪽 군인들이 서로 혈투를 벌였음에도 남한 사람들에 대한 원망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다만 여전히 동포끼리 싸우게 만든 미국이 야속하다는 표정이다.

한편 북한 당국은 이번 사건을 어물쩍 그냥 넘기려는 듯 대남 유화공세를 펼치고 있다. 그동안 성사가 불투명해보인 민간차원의 각종 행사들을 서둘러 실천에 옮길 자세다. 하지만 이들을 지켜보는 남한 사람들의 표정이 썩 밝지만은 않아 보인다. 이번만은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해교전을 보는 북한의 논리와 시각이 바뀌지 않으면 서해를 지키는 젊은 군인들의 희생이 계속 이어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어디 젊은이들의 목숨뿐인가. 사소한 다툼이 확전으로 비화한 사례는 과거 전쟁사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민족공멸’이 언제든 코앞에 닥칠 수 있는 현실인 셈이다. 최근 북한이 보이는 태도로 봐서는 그들도 어느 정권 못지않게 생존문제에 집착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이전과는 달리 국제사회와의 연결고리를 놓치지 않으려는 악착 같은 모습이라든지, 시장경제 시스템을 받아들이려는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코페르니쿠스적 사고의 전환을 추구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체제생존을 위한 대미 의존 전략도 이제 바꿀 때가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아무리 따져봐도 북한은 남한과 마주 앉는 것이 최선의 살길인 듯싶다.

임을출 기자 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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