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꼭 지어야 합니까?
저희 동네도 이번호 사람과 사회 ‘골프장에 농심이 불탄다’에 나온 문기리처럼 골프장 때문에 골치가 아파온 지 15년째나 됩니다. 골프장은 동네 유지들을 매수해서 노태우 정권 때 허가가 났습니다. 골프장을 반대하는 저희 동네 어르신들은 몇해 동안 골프장 들어가는 입구에 초소를 지어 교대로 근무하며 반대투쟁을 하셨습니다. 그 사이에 업자들은 동네 반대편으로 공사길을 닦아 조상 대대로 내려온 선산을 파헤쳐서 민둥산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러다가 금융위기 때 자금압박으로 지금은 공사를 중단한 상태입니다. 이번 대선에 대통령이 누가 되면 자금이 풀려서 공사를 다시 한다는 소문이 들려옵니다. 제가 화가 나는 이유는 딱 한 가지입니다. 왜 조용히 있는 시골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느냐는 거죠. 골프장을 지으면 지하 100m까지 잔디에 쓰는 농약이 파고 들어가서 상수원뿐만 아니라 농사까지 못 짓게 된다고 합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이 좁은 나라에 어디를 둘러봐도 골프장이 200군데나 생길 장소가 있습니까? 산도 나무와 풀이 있어야 물을 머금고 잘 지낼 수 있는 법입니다. 우리나라 현실로 봐서는 골프장 200군데가 생긴다는 건 빈부격차의 수준을 세계 만방에 알리는 우스운 일입니다. 골프장으로 사업하려는 분들은 제발 좀 자제하시길 바랍니다. 지으려면 환경에 무해한 공사방법을 고안했을 때 짓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박진만/ 경북 경주시 외동읍
이제 우리를 돌아보자
월드컵! 잠깐 동안 신나는 꿈을 꾼 것 같습니다. 폴란드에 이기기 전까지 그저 ‘월드컵이 열리나 보다’ 했는데, 계속된 승전보에 붉은악마가 되었고, 축구팬이 되었고, 애국자가 된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못 하면 차갑게 뒤돌아서 버리고, 잘 하면 영웅처럼 떠받들고 숭배하기까지 하는 우리에게 히딩크 감독과 대표팀이 여러 가지로 많이 힘들었을 거란 생각을 합니다. 요즘 저는 단지 축구에서 이긴 것뿐인데 모든 면에서 월등한 국가의 국민인 양 오만해져 있었습니다. 정치·사회 문제들을 외면하면서 기쁨에 빠져 있고 싶었습니다. 한편으론 독일전의 패배가 과잉된 흥분을 가라앉히고 월드컵을 마무리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월드컵 기간에도 노조파업은 계속됐고, 지방선거가 있었고, 여중생들이 미 장갑차에 깔려 죽었습니다. 우리가, 내가 돌아보지 않던 많은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그런 면에서 한국을 열렬히 응원한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우리의 편협한 태도, 유럽인들에게 무시당한다고 난리치면서도 이주노동자들에게 상처를 준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한 ‘월드컵 끝나도 꿈은 남는다’는 여러 가지로 의미 있는 기사였습니다.
이우은/ 경기도 용인시 기흥읍
히팅크 감독 고향에 다녀와서
히딩크 감독의 고향에 다녀오면서 국내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보면 상당 부분 증폭, 구축(사실 현실이라는 것은 있지 않은지도 모르죠. 우리가 현실이라고 믿는 것은 현실 그 자체가 아니라 구축된 세계니까요. 그 세계는 구축한 사람들의 이해관계를 다양한 방식으로 반영하므로 객관성과 진실을 상당 부분 거세당한 상태라고 믿습니다)된 부분이 많음을 느꼈습니다. 어쩌면 평균적인 서구인의 사고방식이라고 판단해도 무리는 아닐 정도로 네덜란드 사회에서 쉽게 여기는 내용들이 한국 사회에서 신선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그동안 한국 사회가 서구문화를 받아들이는 데서 외형적 모습에만 심취한 결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네덜란드를 여행하는 중에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느낀 것은 우리 사회의 경박한 풍조가 월드컵을 계기로 폭발된 측면이 있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명예박사 수여 등을 통해 사람들이 희열을 느끼고 열광하는 것은 결국 ‘공허감’의 징표는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정신없이 바람을 쫓아가다 보니 결국은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조차 모를 듯한 공허감이 엄습해오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가끔 장인의 친구와 바다낚시를 함께 가는데, 그는 세네갈팀 감독인 부르노 메추와 함께 당케르크에서 중학교를 다녔답니다. 메추 감독은 인터뷰에서 “나는 경찰이 아니라 코치일 따름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히딩크 감독도 나이·사회적 위계질서로 인한 축구계의 경직성을 보고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노력한 사실을 지적했는데, 결국 메추 감독의 말과 서로 공통되는 점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감독은 감시와 지시를 내리는 경찰이 아니라 축구기술과 전술을 전수하는 코치일 뿐만 아니라, 선수들에게 수평적으로 대하는 자세로 그들을 이끌어 그와 같은 좋은 결과를 낳았다고 생각합니다.
양철준/ 핸트(벨기에)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