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자와 함께 ] 2002년07월09일 제417호 

16, 한국축구의 아름다움

415호 표지이야기, 그 뒤

월드컵 개막 직전 발간한 <한겨레21> 411호 표지이야기 제목은 ‘16’이었다. ‘16강’도 아니고 굳이 ‘16’이었던 까닭은 한달 뒤 415호 표지이야기(제목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었는가’)에서 비로소 온전히 설명되었다. 우리가 기대한 건 2승1무의 D조 1위 성적으로 16강에 오르는 게 아니었다. 조별예선을 통과하는 데는 수많은 경우의 수가 있다. 말하자면 우리는 그 경우의 수를 저울질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우리는 몰라보게 변모한 한국축구와 붉은악마로 상징되는 국민의 뜨거운 성원, 무엇보다 들판의 벼가 농사꾼의 땀방울로 자라듯 한국축구가 착실히 성장해온 과정 자체에 주목했다. 그것들은 부동의 독립변수였다. 한국축구는 ‘운나쁘게’ 16강에 못 오를 수도 있지만, 이들 독립변수만 놓고 보면 16강 이상도 얼마든지 가능해보였다. 그래서 우리는 축구 경기의 가변성과 부동의 독립변수 사이 한가운데 지점을 ‘16’이라는 수로 표기했다.

한국대표팀의 최종성적은 4위였다. 그러나 앞의 그런 이유들이 있었기에 본지 411호 표지 제목이 ‘4’가 아니었던 걸 우리는 멋쩍어하지 않는다. 같은 이유로 우리는 한국팀이 우승하지 못한 것도 아쉬워하지 않는다. 패배조차 아름다운 한국축구의 월드컵 발자취는 ‘4’로 나타내도 괜찮고, ‘1’로 표시해도 좋을 일이었다. ‘16’은 순위를 가리키는 숫자가 아니라, 한국축구의 아름다움과 그에 대한 감탄을 상징하는 시어였다.

월드컵은 막을 내렸다. 국민의 아쉬움을 달래는 카퍼레이드마저 끝났다. 그리고 마침내 히딩크도 한국을 떠났다. 하지만 우리에겐 환희의 긴 여운과 함께 길가의 거친 원석이 강철로 단련되는 과정을 지켜본 기억이 뚜렷이 남아 있다. 이제 한국축구의 생산공정을 대장간에서 제철소로 옮길 때가 아닐까. 새로운 출발의 징조는 일단 좋은 것 같다. 7월7일 열린 K-리그 개막경기에 12만명이 넘는 축구팬들이 몰려들었다고 한다. 그러다 보면 2006년은 또 다른 희망으로 금세 다가와 있을 것이다.

안영춘 기자 jo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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