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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섹션 : 독자와 함께 | 등록 2002.06.25(화) 제415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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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와 함께] 순도 100%의 축제광장 413호 표지이야기, 그뒤
<한겨레21>이 413호 표지이야기 ‘붉은 열정 붉은 환희’를 보도할 때만 해도 붉은악마 회원 수는 15만명을 헤아렸다. 그때 붉은악마의 기세는 ‘폭발적’이라는 수식을 붙이기에 손색이 없을 만큼 놀라웠다. 그러나 겨우 2주가 지난 지금, 15만이라는 숫자 앞에 붙인 수식을 다시 읽는 건 쑥스럽다. 붉은악마의 목표 ‘비더레즈’는 막바지로 치닫는 월드컵과 함께 달성될 듯하다. 4800만 국민 모두가 붉은악마일진대, 이제 와서 다시 회원 수를 헤아리는 일은 부질없어 보인다. 붉은악마 현상에 대한 관심은 이미 한국땅을 넘어섰다. 붉은악마는 2002 한·일 월드컵을 나타내는 기호로 역사 속에 오래 기록될 것이다. 붉은악마 현상은 우리에게 규모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관제행사로는 도무지 느낄 수 없었던 해방감을, 정치적 집회로는 다 채울 수 없었던 환희와 희열을 붉은악마는 처음으로 맛보게 해주었다. 붉은악마 현상은 우리에게 관의 통제가 미치지 않고 정치의 엄숙함이 끼어들지 않는 순도 100%의 축제광장을 비로소 열어주었다. 다만 주목할 점은 붉은악마의 확산 추세가 이번 월드컵에서 파죽지세로 내달리는 한국축구와 궤를 같이한다는 사실이다. 한국축구가 붉은악마를 이끌었는지 아니면 붉은악마가 한국축구를 이끌었는지, 인과관계는 뚜렷하지 않다. 그러나 한국축구가 뒷걸음질치더라도, 월드컵이 열리지 않는 3년11개월 동안에도, 붉은 역동성이 계속 살아숨쉬기를 우리는 바란다. 그러자면 우리 앞에는 해결해야 할 현안이 적잖이 남는다. 화석화한 프로축구를 지역사회의 자발적 클럽축구로 되살리는 일, 학원 스포츠를 비롯한 유소년 스포츠를 체계화하는 일, 자동차에 빼앗긴 광장과 도로를 보행자에게 되돌려주는 일…. 물론 이런 현안들은 국가의 정책의지와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함께해야 풀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하나 더, 붉은악마를 장삿속으로 이용하지 않는 일. 붉은악마 현상에 편승한 대자본의 마케팅 활동은 이미 축제의 신성을 위협하고 있다. 붉은악마 열성회원인 한 독자는 이런 편지를 보내왔다. “왜 우리를 가만두지 않는가?” 붉은악마의 외침이 “대∼한민국”에서 “렛잇비”로 바뀌는 모습은 상상하고 싶지 않다.
안영춘 기자 jo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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