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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섹션 : 독자와 함께 | 등록 2002.06.19(수) 제414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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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와 함께] 히딩크가 뿌린 씨앗 쑥스럽지만 제 자랑 좀 해야겠다. 지금은 거의 고유명사가 되어버린 ‘히딩크 효과’를 <한겨레>가 이미 지난 연초부터 똑같은 이름으로 기획하기 시작했으니, 자화자찬의 부덕을 너무 심하게 나무라지는 말기 바란다. 자화자찬은 자가발전과는 웬만큼 격조의 차이를 두고 있다는 말씀도 덧붙인다. 한겨레가 히딩크를 주목한 것은 대표팀이 날마다 죽을 쑤던 때다. 대표팀은 대륙간컵대회에서 참패했다. 여론은 난리가 났는데, 그는 “좋은 경험이었다”고 했다. 튀니지와 무기력하게 무승부를 기록하고도 “선수들이 잘해주었고, 플레이에 만족한다”고 했다. 그도 속이 탔겠지만, 선수들 기를 죽이지 않으려는 노력이 ‘가상’했다. 핀란드전에서는 승리의 단맛을 보고도 기쁨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때 그는 “핀란드와의 경기는 테스트”라고 한마디했을 뿐이다. 그런가 하면 스페인에서는 선수들에게 스페인컵 결승전 TV 중계를 보게 한 뒤 함께 경기내용을 토론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어떤 축구 감독, 아니 다른 어떤 스포츠 종목 감독과도 달라 보였다. 이제 와서 무슨 경제연구소니 어디 대학연구소니 하는 데서 그의 마케팅 능력과 리더십을 분석한 연구물을 쏟아내고 있지만, 한겨레가 그를 주목한 동기는 소박했다. 그는 우리 선수들에게 자발적인 축구, 창의적인 축구를 가르치려는 것처럼 보였다. 그의 시도는 군대식 스포츠말고는 본 적이 없는 우리 눈에 설었고, 그래서 더욱 신선했다. 우리도 그의 성공을 확신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가 실패한다 해도 그의 시도는 분명 의미 있는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의 성공은 결과의 성공이 아닌 과정의 성공이기를 바랐다. 무엇보다 그의 지도방식이 학원 스포츠에 이식돼 자라나는 우리 청소년들이 매를 두려워하지 않고 즐겁게 공을 찰 수 있기를 바랐다. 412호 표지이야기 ‘히딩크처럼’은 한겨레의 이런 소망을 실천으로 화답해준 히딩크에 대한 헌사다. 그가 뿌린 작은 씨앗이 부디 거목으로 자라 우리 선수들이 스포츠에서 즐거움과 삶의 가치를 배우는 풍토가 조성되면 좋겠다. 그렇게만 되면 월드컵에서의 좋은 성적은 오히려 덤이라는 게 본지의 믿음이다.
안영춘 기자 jo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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