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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반영웅 406호 표지이야기, 그뒤
왜 최규선인가. 왜 김홍걸이 아니고 최규선인가. 406호 표지이야기 ‘최규선 농간이 권력을 삼켰다’는 유별난 장고 끝에 나온 결과물이었다. 하나의 사건에 등장하는 두 인물을 두고 누구를 앞세울지 고민하는 건 좀체 겪기 힘든 경험이었다. 취재를 하면서도 “대통령 아들로 온 나라가 부글부글 끓고 있는데 종범 격인 최규선을 표지이야기로 내세우는 게 타당한가”라는 자문을 거듭해야 했다. 그만큼 이 사건은 드러난 사실관계나 짚이는 의혹보다 훨씬 복잡한 함의를 품고 있었다. 결론은 “그래도 최규선”이었다. ‘대통령 아들의 탈선’이 권력의 타락상을 보여주는 데는 맞춤한 소재지만, 불행하게도 우리 현대사에서는 너무 낯익은 코드였다. 적어도 ‘최규선의 신출귀몰’은 그만큼은 식상하지 않았다. 또한 그의 행각은 현 정권에서 터져나온 어떤 ‘게이트’의 주인공들보다도 엽기적이었다. 이용호 따위는 아무리 크게 해먹었더라도, 돈으로 권력에 선을 대는 방식은 진부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최규선은 달랐다. 그 자신이 이미 하나의 거대한 ‘권력’이었다. 최규선은 정체가 모호한 인물이었다. 그의 신분은 철부지 황태자의 탈선에 동행하는 저잣거리 친구일 뿐이었다. 버클리대 정치학 박사라는 학력은 그의 국제적 영향력을 상징하는 기표였으나, 그것마저 거짓으로 드러났다. 그의 정체는 한갖 사기꾼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의 먹잇감은 언제나 최상의 권력이었다. 권력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자신 있게 손을 뻗었고, 손을 뻗은 곳에서는 어김없이 부정과 비리가 자라났다. 한 사기꾼에게 모든 권력은 철저히 농락당했다. 최규선의 사기술이 빼어난 건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사기를 당한 권력은 정반대로 너무 취약했다. 그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의 권력이 건강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최규선은 진짜 권력과 사기꾼조차 구분할 수 없는 시계 제로의 혼탁한 권력세계를 마음대로 헤집고 다녔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그를 우리 시대의 반영웅으로 자리매길 수도 있지 않을까. 자신의 악행을 통해 사회의 악을 신랄하게 들춰내는 반영웅. <한겨레21>이 최규선을 남달리 주목한 까닭이다.
안영춘 기자 jo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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