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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철수, 꿈을 꿔 보자 토론은 격렬했지만, 또한 지리멸렬했다. 지면기획회의에서 한가지 사안을 두고 그처럼 의견이 다양하게 갈린 적도 없었고, 시간이 흘러도 접점을 찾지 못한 적도 없었다. 이런 회의 결과를 놓고 우리 기자들은 다들 놀라워했다. 주한미군은 정치적 입장이 비교적 균일한 기자들 사이에서도 너무나 뜨거운 감자였다. 격론 끝에 기사쓰기를 결정했으나 앞은 깜깜했다. 우리 안의 사정이 이럴진대, 불특정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는 오죽하랴 싶었다. 주한미군 철수문제를 논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상황변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 변수 하나하나는 주한미군 철수의 가능성을 가를 만큼 결정적이었다. 하다 못해 우리 정부가 미군철수를 결정해도 미군이 안 나가겠다고 버티면 어찌할까 하는 것도 간단하게 풀릴 문제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런 조바심이 깊어갈수록 거꾸로 주한미군 문제의 본질은 뚜렷해졌다. 모든 논의가 ‘∼이라면’의 가정법 안에서 수렴되고 있었고, 그 원인은 한번도 주한미군 철수문제를 상식 차원에서조차 검토해보지 않은 우리 자신들 안에 있었다. 주한미군 문제의 본질은 다름 아닌 ‘상식의 실패’라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그 결론 위에서 기사는 준비됐다. 아주 뻔해보이지만, 우리에게만은 결코 뻔하지 않은 상식 수준의 이야기. 가공의 인물 ‘철미’(撤美)와 ‘용미’(用美)는 그런 상식을 정색하고 얘기할 수 있는 갑남을녀의 표상으로 설정되었다. 이들은 주한미군 철수에 대해 한바탕 거친 담론을 풀어놓았다. 다행히 우리를 기진맥진하게 한 지면기획회의 내용은 기사의 좋은 밑거름이 되었다. 가공의 인물은 저널리즘에 독약일지 모른다는 우려를 무릅쓰고 감행한 기사였으나, 다행히 독자들은 기사에 비교적 후한 점수를 매겨주었다. 기사 자체보다는 상식에 대한 후의로 받아들인다. 이번 기획이 ‘주한미군 철수, 꿈이라도 꿔보자’라는 취지에서 기획된 만큼 다음 기획은 마땅히 ‘주한미군 철수, 그림을 그려보자’가 될 터다. 취재과정에서 주한미군 철수에 대한 기자의 게으른 자세와 미욱함을 질책해준 전문가들께 감사드린다.
안영춘 기자 jo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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