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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X, 아직 늦지 않았다 “미국이 정말 얄밉다 못해 싫어집니다.” “국방부가 계속해서 국민 감정을 무시한다면 차라리 스스로 해체하라 .” “화도 나고 속도 상합니다. 정치하시는 양반들, 싸우지 말고 국민들의 자존심 좀 세워주소.” 399호 표지이야기 ‘F-15, 공군의 절망 ’기사가 나간 뒤 독자들의 격한 울분이 쏟아져 들어왔다. 이들은 대개 차기전투기를 은밀히, 때로는 대놓고 강매하는 미국과 ‘알아서 기는’ 국방부 쪽 관련인사들의 처신에 분통을 터트렸다. 국민들의 엄청난 혈세가 들어가는 미래세대용 전투기를 사면서 독자적으로 결정하지 못하고 미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현실 앞에서 많은 독자들은 자괴감으로 고개를 떨구었다. “설마 이번에야 다르겠지”하고 F-X사업을 죽 지켜보던 기자도 이 사업을 둘러싼 외압과 부패의 꼬리가 하나씩 드러나는 것을 보면서 높디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그랬다. 무엇보다 ‘한·미군사동맹’은 움직일 수 없는 벽이었다. 이 동맹이 굳건하게 버티고 있는 한 한국군은 아예 곁눈질을 못하게 돼있다. 더구나 한국군은 자신의 안보를 반세기 이상 미군에 맡겨왔다. 지금 와서 상황이 달라졌다며 미군이 한미연합작전상 꼭 필요하다고 강변하는 F-15K 구매를 누군가 총대 메고 거절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는 얘기다. 국방부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들을 모아보면 정부는 단지 미국 쪽으로부터 가격을 낮추고, 기술이전을 보다 더 받기 위해 다른 나라들을 들러리로 세워 경쟁에 부쳤다는 논리가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물론 이 주장의 사실 여부는 두고 봐야 한다. 최종기종 선택의 뚜껑이 아직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동신 국방장관은 3월18일 차기전투기(F-X)사업은 3월 말 평가 완료, 4월 말 기종선정, 5월 말 계약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지금으로서는 F-15K, 라팔 가운데 어느 쪽을 선정하더라도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어떤 측면에서는 지금 국방부는 현 정권 들어 최대의 위기를 맞은 셈이다. 대외공신력이 누더기처럼 땅에 떨어진 탓이다. 일부 군 소식통들은 국방부가 수가 빤히 들여다보이는 도박을 뒀다고 혹평하기도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지금이라도 때가 늦지 않다고 말한다. 국방부는 이제부터라도 공정성과 투명성을 최대한 살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 국방부가 지난 노태우 정권의 율곡비리 때보다는 그래도 깨끗한 처신을 했다는 평가에 만족하지 말라는 얘기다.
임을출 기자 hani@ch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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