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섹션 : 독자와 함께 | 등록 2002.01.15(화) 제393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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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와함께] 재계의 반발은 정당한가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삼성전자 전·현직 임원들에게 부실경영 등의 책임을 물어 1천억원에 가까운 거액을 배상하라는 법원의 판결은 사회적으로 많은 논란을 낳았다. 지난해 12월27일 내려진 그 판결을 둘러싼 재계와 참여연대 사이의 설전은 새해 들어서도 줄기차게 이어져 1월10일 참여연대가 재계쪽 주장을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따로 열기까지 했다. <한겨레21>이 이 사안을 표지이야기로 다룬 것은 관행적으로 저질러지는 ‘황제경영’에 사법당국이 쐐기를 박은 ‘하나의 사건’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룹 총수의 일방적 지시만을 추종할 뿐 소액주주를 비롯한 나머지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철저히 무시하는 임원들의 구습에 그동안 비난과 비판이 많았지만 법적인 단죄는 없었다. 법원의 판결은 이런 관행에 경종을 울린 것으로 국내기업 임원들의 경영행태에 끼칠 변화가 클 것이란 기대를 갖게 했다. 그렇지만 섣부른 기대는 아직 금물인 듯하다. 이번 판결이 1심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은 차치하고라도 이를 받아들이는 재계쪽 반응을 볼 때 실제 기업경영 관행의 변화로 이어지기까지는 넘어야할 산과 골이 많아 보인다. 전경련을 비롯한 경제5단체는 판결 직후 성명을 내어 ‘경영적 판단’에 대한 단죄로 이사진의 경영활동이 위축되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없는 등 부작용이 걱정된다고 강조했다. 재계는 특히 이천전기에 대한 삼성전자의 출자 책임을 지운 판결은 법원의 심판대상이 될 수 없는 경영판단에 사법당국이 개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투자가 실패했다고 해서 그 책임을 묻는다면 어떤 경영진이 모험적이고 과감한 투자에 나설 수 있겠느냐는 항변도 덧붙였다. 재계쪽의 이런 주장은 판결 내용을 잘못 이해했거나 아니면 적극적으로 왜곡한 것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판결문을 보면 알 수 있듯 이천전기 인수건의 경우 회사의 재무상황, 수익전망, 투자리스크 같은 아주 기초적인 사항에 대한 검토도 없이 ‘1시간 만에 졸속으로’ 투자결정을 내린 데 대해 책임을 물은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이다. 투자결과가 나빴다는 사후적 판단이 아니라 사전적인 주의의무를 전혀 하지 않은 데 대한 단죄였던 것이다. 또 이건희 회장이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해 뇌물을 제공한 것 등 상당수 혐의는 이미 범법행위로 확정지어져 논란조차 될 수 없었다. 실상이 이러한데도 재계는 정당한 경영판단에 사법적 판단을 내림으로써 경영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를 기화로 주주대표소송을 내기 어렵도록 요건을 강화하고 증권집단소송법의 도입을 미뤄야 한다는 엉뚱한 주장으로 연결시키고 있다. 이번 삼성전자 임원진의 배상판결을 이끌어낸 주주대표 소송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소송에 참여한 주주 개인들에게는 한푼도 돌아가지 않는 공익소송이다. 임원들이 물어낼 돈은 삼성전자라는 회사 금고로 들어간다. 이런 성격 때문에 주주대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요건은 오히려 풀어 다른 나라들처럼 주주 1인이 제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상식으로 굳어져있다. 증권집단소송제 도입을 반대하는 재계쪽의 주장도 시대흐름을 거스르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삼성전자 주주대표 소송을 맡았던 김석연 변호사는 “이번 판결내용은 시장질서가 잡혀 있는 나라에서는 너무나 일상적인 것으로 뉴스거리가 되지도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황제경영에 대한 단죄가 더이상 뉴스가 되지 않는 날을 기대해본다.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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