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자와 함께 ] 2002년01월29일 제395호 

참여, 희망을 현실로

국민참여경선제. 민주당이 이름도 생소한 이 제도를 불쑥 내놨을 때 머리가 아파왔다. 본능적으로 의심이 앞섰다. 정치판을 지켜보는 기자들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국민참여 방식과 경선 절차부터 문제였다. 무엇보다 ‘개발에 편자가 아닐까’ 하는 의문을 떨칠 수 없었다. 낙후된 우리 정치문화 속에서 혁신안이 뿌리내릴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갖는 것은 불가능했다. 주자들이 페어플레이를 하고 결과에 모두 승복할 수 있을까. 불충분한 정치관계법의 한계 속에서 인터넷 투표나 국민공모라는 혁신방법이 얼마나 잘 운용될 수 있을까. 결국 궁지에 몰린 민주당의 이벤트용 당내 행사로 끝날 공산이 커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한나라당은 위법성 시비를 제기하며 흠집내기에 나섰고, 민주당 일부 대권주자들이 세몰이에 나섰다는 소식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선관위조차 법조문과 현실 사이에서 오락가락하고 있다.

그러나 요즘 조금씩 희망의 싹이 보인다. 정치행태를 일방적으로 비판해온 많은 독자들이 모처럼 희망섞인 의견을 보내왔다. “정당 민주화가 이제 첫발을 디딘 것 같다. 민주당에서 이번 쇄신안을 통과시킨 것은 정말 환영받을 만한 일이다”(김원호·서울시 관악구 신림4동), “단순히 찍는 정치에서 참여의 정치로 전환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물론 미국이 70년대부터 발전시켜온 제도를 한번에 다 받아들일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 정치상황에 맞는 합리적인 예비선거로 치러 정치풍토에 쇄신과 변화가 오기를 기대한다”(이수행·광주시 북구 누문동)…. 앞으로 과정과 결과가 어떻든 그동안 줄기차게 요구해온 정당 민주화의 첫발로 인식하고 있었다.

정치권에도 논란의 틈 속으로 순풍이 불고 있다. 여야를 떠나 1인 보스가 지배하는 전근대적 정당문화 극복과 후보선출 과정의 민주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정치인이라면 말이라도 정당 민주화와 국민참여를 부르짖어야 하는 상황이다. 인터넷 등 사이버 문화의 발전속도에 아랑곳하지 않고 종이에 직접 서명하는 방식만 고집해온 당원가입 절차 등 정당법의 허점도 도마에 올랐다. 경선과정은 물론 후보자별 회계장부 등 경선비용 실사를 요구한 시민단체의 움직임에 대권 예비주자들이 원칙적인 동의를 표시한 것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천문학적인 음성 비용 지출을 막고, 부패정치를 종식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한발씩 전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기대한 만큼 그 결과가 좋을 것이라는 보장은 아직 없다. 그러나 최소한의 믿음은 생겼다. 두눈 부릅뜨고 감시하고, 열린 공간에 적극 참여한다면 정치는 조금씩 국민 곁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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