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자와 함께 ] 2002년01월08일 제392호 

어린 시절의 추억들

독자편지

기자가 뛰어든 세상 ‘한해농사체험’을 재밌게 읽었다. 6학년 여름방학이었다. 먼 데 사는 우리반 친구들이 손에 무언가 하나씩 들고 적게는 40분 길게는 한 시간을 걸어서 우리 집 대문으로 몰려들었다. 2년간의 외가생활을 마치고 다시 서울로 상경하는 날이었다. 아버지가 미국 가 계신 동안 이천 외갓집에서 2년간 생활했었는데 지금이야 이천이 도시이지만 그때만 해도 장도 서고, 대부분이 농사를 짓는 시골이었다. 서울서 온 아이라고 놀림받는 것도 잠깐, 난 금세 까무잡잡한 시골아이가 되어 있었다. 학교까지 40분을 걸어가는 것도, 비오는 날 우산없이 길을 걸어 작은 산을 넘고 넘치는 개울을 지나 집으로 돌아오는 것도, 여름에 극성스러운 모기를 피해 두겹으로 친 모기장 안으로 들어가는 것도, 진짜 나무와 흙으로 지어놓은 뒤뜰의 푸세식 화장실도…. 나에겐 적응하기 힘든 것들이었다. 그럼에도 난 점점 계절이 변하는 것에 따라 친구들이 그 안에서 얼마나 재미있게 살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나이 서른이 넘은 지금도 그곳에서의 2년이 내 생활 저 밑바닥에서 든든히 날 받쳐준다는 것을 알고 있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것.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학교와 학원, 과외, 스포츠센터를 전전하며 하루 종일 쳇바퀴 도는 요즘의 초등학생들을 볼 때 “그런 것들이 다 소용없는 일인데”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 재미있는 시절에 단 1년 만이라도 내가 겪었던 생활을 해볼 수만 있다면 그들에게 얼마나 큰 축복일까. 하늘만 봐도 그날 비가 오는지 알 수 있고, 비료부대로 멋지게 미끄럼을 타고 언덕을 내려오는 방법을 배우고, 온갖 식물과 열매들을 먹으면서 어떤 맛인지, 무슨 나무의 열매인지를 알게 되고, 한 시간 걷는 거리는 아주 가뿐하게 여기게 되고(건너마을 친구에게 가려면 걸어서 그 정도는 가야 했다. 버스가 하루 세번밖에 없었으니).

지금도 지하 광을 뒤적여보면 6학년 여름방학 때 친구들이 나에게 준 선물들이 고스란히 보관되어 있을 것이다. 집앞 개울에서 예쁜 놈들로 골라서 모아준 돌공기, 아버지 도자기 공장에서 얻어다준 둥글동글한 항아리(40분 넘게 여름 시골길을 머리에 이것을 이고 왔다). 소소한 아주 작은 시골 물건들…. 기자가 뛰어든 세상이 내게 마음속 깊이 간직한 옛 기억들을 되살려주었다.

인터넷 독자







.




↑Back to the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