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와함께] 새출발, 중요한 것은 과정
창간 7돌맞이 표지이야기 ‘도전 새출발!’을 기획할 때 망설인 점은 이것이다. 무언가를 바꾼다고 정녕 삶이 나아지는가, 혹은 바꿀 형편이 못 되는 사람은 어쩌란 말인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사연과 정보를 주자는 것. 너무 진지하거나 무겁게 접근하면 쓰는 기자나 읽는 독자 모두 ‘심란’해지니, ‘있는 그대로’ 삶을 바꿔본 이들에게서 배울 점은 배우고 후회하는 대목도 들어보고 보통사람들의 생각도 조사해보기로 했다. 여론조사 결과는 예상을 크게 빗나가지는 않았다. 응답자의 반 가까이 전업이나 이직 등 ‘다른 삶’을 꿈꾼다고 답변했고, 그들 세명 중 두명은 실제 시도했거나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한 독자는 “나만 다른 삶을 꿈꾸는 게 아니라서 안심이 됐고, 동시에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나 우울해지기도 했다”는 이메일을 보내오기도 했다. 사실 사회관계나 가족관계의 변화만이 새출발은 아닐 것이다. 아쉬웠던 부분은 외부의 조건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과 자세를 바꾸어 삶을 ‘업그레이드’한 이들의 사연을 지면관계상 폭넓게 다루지 못한 점이다. 변화경영연구소 구본형 소장은 “직장인의 경우 직장 내에서도 새출발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내가 승부를 걸어볼 만한 분야를 찾아 2년이든 3년이든 목표를 정하고 그것에 한발씩 접근하는 것도 획기적인 삶의 변화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새출발에 나름대로 성공한 이들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확인한 사실은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는 평범한 진리였다. 자기 삶을 걸어 무언가를 시도해보는 것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고, 또 그 이상으로 일상에 생기를 준다는 게 삶의 변신을 꾀한 이들의 한결같은 소감이었다. 새출발 사례에 소개된 몇 사람은 이런 소감도 전해왔다. “역시 밑천은 사람이다.” 옛 친구나 옛 동료가 기사를 보고 연락을 해왔다고 한다. 한 시절, 같이 울고 웃어준 이들이었고, 때론 힘도 됐고 상처도 줬던 이들이라고 한다. 사실 담당기자 역시 기사에 대한 의견보다는 등장 인물의 연락처 문의를 더 많이 받았다. ‘내가 침 뱉고 돌아선 우물물 다시 마시게 된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지리멸렬한 일상을 벗어나고 싶은 이들이라면, 한번쯤 주위를 둘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성싶다. ‘관계에서의 새출발’만큼 풍요롭고 활기찬 게 또 있을까. 그리고 그것만한 준비와 투자가 어디 있겠는가.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자신의 삶을 획기적으로 변신시키고 싶은 사람들이 많고 또 이런 모습이 그렇게 미친 듯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면, 우리 사회에서 절대적인 가치나 목표가 없어졌다는 것을 더 느끼게 됩니다. 왜, 어떤 이유로 우리 사회에서 이런 변화가 발생하는가에 대한 의문은 있답니다. 기사의 마지막에 좋은 표현이 있더군요. “삶의 애증에 부대끼고 있는가, 아니면 운명처럼 나와 대면하는 길을 찾아나섰는가.” 새로운 삶을 추구하거나 찾는 사람들이 결국은 그때까지 자신의 모습을 찾지 못했기에 변신을 추구하는 것이라는 데 생각이 미쳤습니다. 70% 이상의 국민들이 이민 가고 싶다고 응답했다는 한 조사결과는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하는지도 모른 채 성인이 되고 또 삶을 살아가게 되는, 방향 잃은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모습을 어느 정도 반영하는지도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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