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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성의 덫에 걸린 남자 “남자는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 과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남자는 태어나기도 하고 만들어지기도 한다. 태어나는 면을 부각시키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만들어지는 측면을 강조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 주류의 생각은 여전히 태어나는 측면을 강조하는 쪽에 서 있다. 만들어지는 면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하는 편이다. 현실은 두 가지 모두를 포괄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384호> 표지이야기 ‘남자의 눈물’은 이 질문에 대한 <한겨레21>의 대답이다. 그 대답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남자는 태어나기보다 만들어지며, 어떤 측면에서는 발명된 존재”라는 것이다. 기자는 남자의 눈물을 통해 왜곡된 남성성에 의해 고통받는 남자들의 자화상을 드러내고 싶었다. 그래서 눈물을 잊어버리도록 만들어진 남자는 스스로에게 소외될 만큼 불행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정서적 눈물에 관한 한 말라버린 그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싶었다. 기자는 취재과정에서 세번 크게 놀랐다. 첫 번째 놀라움은, 남자의 눈물에 대한 자료가 극히 부족하다는 사실이었다. 남자의 눈물을 주제로 한 단행본이나 논문은 한편도 없었다. 소설 제목으로 가끔 등장하기는 하지만 연애소설뿐이었다. 사회학이나 역사학에서 이 주제를 다룬 외국의 경우와 비교하면 사뭇 다른 현실이었다. 남자의 눈물이 ‘사회적 터부’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대기업을 다니는 직장남성 300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물을 확인하면서 또 한번 놀랐다. 가장 놀라운 결과는 ‘가장 최근에 당신이 운 것은 언제입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것이었다. 64%가 최근 1년 안에 운 적이 없다고 대답했고, 최근 5년 동안 울어본 적이 없다는 이도 16.3%에 달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응답자가 26%로 전체의 1/4을 넘어선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정서적 눈물에 관한 한 남자의 눈물샘은 거의 말라버려 고사 직전에 있는 셈이었다. 세 번째 놀란 것은 여자들이 남자의 눈물에 의외로 약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때였다. 여자들은 남자들의 눈물을 갈구하며 그 눈물 속에서 남자의 진실을 읽으려고 한다는 점이다. 어쨌든 남자의 눈물샘이 말라버린 책임은 결국 남자들에게 왜곡된 남성다움을 강요한 사회와 역사의 몫이다. 남자들은 가부장적 사회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보편적 존재로 상승하면서 여성을 손쉽게 타자화했지만, 결국 그 덫에 스스로 걸려버린 셈이다. 남자는 어릴 때부터 감정의 절제를 미덕으로 여기도록 길러진다. 어떻게 해서든지 감정을 노출하지 않아야 한다. 심지어는 자신의 감정을 속이는 것이 남자다운 것으로 칭송받기도 한다. 그러나 남성성과 여성성을 고정불변의 것으로 보는 악습은 20세기를 마지막으로 사라질지도 모른다. 감성은 여성성의 지표가 아니라 인간의 지표다. 여자보다 훨씬 감수성이 예민한 남자들이 나타나고 있고, 그것이 칭송되는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 그런 의미에서 21세기는 감성의 시대다. 풍부한 감성은 인간의 발달을 측정하는 중요한 지표로 사용될 것이다. 울보 남자들을 많이 보고 싶다.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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