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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 위해 독자편지
저는 서울에 사는 서른살의 여성입니다. 저는 아주 평범한 사람입니다. 오늘 사랑하는 가족의 옷가지와 집안의 온갖 크고 작은 헝겊 인형들을 깨끗이 빨아 햇볕에 널었습니다. 내일 날씨가 좋다면, 그동안 미뤄놓았던 커튼을 내려 야무지게 빨아 눈부신 파아란 하늘에 깃발처럼 펄럭이게 하고 싶습니다. 저는 제 가족을 끔찍이 사랑합니다. 우리 가족이 피를 흘리거나 죽거나 고통받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저는 제 친구와 선후배, 동료들을 간절히 사랑합니다. 어떤 이유로도, 몸이나 마음이나 영혼이 상처받고 괴로워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저는 이 지구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가족처럼 친구처럼 느껴집니다. 우리는 모두 다르게 생겼고 다른 말을 하며 다른 습관과 문화와 전통을 가지고 각자 다른 목표를 지니고 살아가고 있지만, 저는 우리가 모두 똑같은 ‘인류’이며, 그 하나하나가 모두 작은 우주라 할 만큼 아름답고 귀하고 힘있는 존재라는 것을 믿습니다. 저는 지구상에 사는 우리 모두가 서로 ‘차이’를 기쁨으로 축복으로 받아들이고 더욱 풍요롭고 행복하게 공존공영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 아름답고 위대한 대장정에 점점 더 많은 ‘우리’가 함께 어깨를 겯고 나아가고 있다고 느낍니다. 미국에서 참혹한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태평양을 건너 작은 반도에 살고 있는 저도 가슴이 찢어지는 듯합니다. 이것은 분명히 아주 나쁜 일입니다. 누가 범인인지, 누구의 모략인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아마 죽을 때까지 모를지도 모릅니다. 진짜 범인을 찾아낸다면, 그 혹은 그들을 어떻게 단죄하고 응징해야 하는지 저는 모릅니다. 아마 죽을 때까지 모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단 한 가지는 압니다. 미국이, 사막에서 가뭄과 굶주림과 끝없는 내전으로 더할 나위 없는 고통 속에서 처절하게 목숨을 이어가고 있는 수많은 백성들을 죽여서는 안 됩니다. 어떤 이유로도, 그 어떤 명분과 정의의 이름으로도 이와 같은 대규모 학살은 절대 다시 이 지구상에 존재해선 안 됩니다. 설령 3차 세계대전으로까지 번지지는 않는다 할지라도, 어떤 형태로든 피의 복수는 피의 강을 이룰 뿐이며, 그렇잖아도 여기저기에서 헐벗고 신음하는 이 지구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을 피의 바다로 휩쓸어버릴 뿐입니다. 저는 압니다. 당신도 압니다. 우리 모두가 압니다. 알기 때문에 두려워합니다. 슬퍼합니다. 절망하고 분노합니다. 많은 분들이 훌륭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계실 것입니다. 더 많은 분들이 평화의 실현을 위해 참으로 아름답고 고귀한 땀방울을 흘리고 계실 것입니다. 저는 평범한 촌부로서 두 가지 제안을 하고 싶습니다. 우리 모두가 각자 살고 있는 곳에서 손을 잡고 인간띠를 만듭시다. 한반도의 최남단 제주도 마라도에서 시작하여 판문점을 거쳐 중국과 러시아, 실크로드를 지나 아라비아의 뜨거운 사막 위의 형제자매들까지, 영원한 아프리카 대륙과 유럽 땅의 모든 선량한 백성들과 대서양을 건너 남아메리카와 북아메리카,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 그리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대양 위의 섬들, 마침내 일본 열도에 이르기까지 한날 한시에 손을 잡고 평화를 노래합시다. 우리, 한 시간 동안 서로 손을 잡고 서로의 따뜻한 체온을 느낍시다. 짧은 소견으로는 9월30일에 새 역사를 이루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참담한 살상의 비극이 발생한 9월이 다 가기 전에, 어쩌면 너무 늦기 전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 첫째입니다. 한편, 10월1일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명절인 추석입니다. 이제까지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가슴 벅찬 평화의 연대로, 지구촌 이웃들을 한마음으로 이어줄 위대한 사랑의 환희로 새로운 세기의 첫 번째 한가위를 맞읍시다. 온 우주의 생명체들이 경의와 축하를 보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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