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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사회의 위기, 무엇이 문제냐 21세기 초엽의 한국 지식인사회는 분명 위기의 징후들을 드러내고 있다. 먼저, 여전히 지식인사회는 과거의 억압적 담론구조에 발목잡혀 있다. 국가보안법은 지식인의 자유로운 발언을 가로막는 현존하는 법적 장애물이다. 우익과 보수지식인들은 이 물리적 힘에 근거해 발언의 독점을 유지해왔다. 끈끈한 도제관계에 기반한 패거리주의와 끼리끼리주의는 이러한 독점의 구조를 한층 공고하게 만들어온 사회적 배경이었다. 이를 깨기 위한 진보적 지식인들의 도전은, 최근 보듯이 오히려 불온하고 불순하며 반지성적인 행동으로 비난받기 일쑤다. 여기에 더해, 새 천년 들어 한층 거세진 상업주의의 물결은 지식인사회 전체를 위기감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지식인의 사회적 위상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지식정보사회로의 진입이 떠들어지고 있지만, 이때의 지식과 정보는 돈으로 바꿀 수 있는 실용적 지식과 정보일 뿐이다. 인문학과 순수과학 분야의 대학원 진학이 가져다주는 경제적 보상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당연히 그 길에 들어서려는 이들의 숫자도 줄어들고 있다. 상업주의의 만개는 사회의 진로에 대한 거시적 관심의 축소와도 연결돼 있다. 지난 세기 수많은 사람들이 체제의 변혁에 뜨거운 관심을 쏟았지만, 지금 그러한 열기를 찾기란 불가능하다. 사회 전체의 변혁과 보수를 놓고 고민하던 지식인의 역할에 대한 기대와 관심도 함께 사그라지고 있다. ‘세계를 어떻게 해석하고 변혁할 것인가’의 문제에 집중하던 세계관의 담당자로서의 지식인의 위상은 구체적인 현실문제의 해법을 제시해주는 전문가의 위상에 압도당하고 있다. 21세기 한국 지식인의 이런 위축된 위상에 비교할 때, 지난 세기 지식인은 오히려 행복했다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이 시기 지식인들은 반쪽짜리 체제에 갇혀 하고 싶은 말을 감시당하는 폭압에 시달려야 했지만, 그런 어두움을 꾸짖는 지식인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수많은 사회성원들의 가슴을 뒤흔들어놓곤 했던 것이다. 지금은 억압은 완화됐지만 여전히 사라지진 않은 반면, 지식인의 위상은 그때만 못한 이중고가 지식인사회를 짓누르고 있다. 제370호 표지이야기 ‘지식인이여, 가면을 벗어라’는 이러한 문제를 다뤄보고자 했다. 그러나 현장감을 살리려다보니 조선일보를 중심으로 한 우익보수 지식인들의 ‘위기담론’에 담긴 정치적 의도에 대한 지적 대응을 앞세우지 않을 수 없었다. 따라서 지식인사회의 전반적 위기에 대한 깊이있는 분석을 담아내진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후 별개의 과제로 이 문제를 다뤄볼 것임을 다짐해본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상당부분 정확하게 지적했습니다. 이 땅의 일부 보수주의자들은 비난받을 일을 많이 한 것만은 사실이지요. 하지만 보수주의자들만이 이중적 잣대를 가지고 있을까요? 이 땅의 자칭 진보주의자들의 경우는 어떤가요? … 수구신문들이 DJ정부에 대해 비난할 때, 진보주의자들은 수구신문이 군사정권에 침묵한 사실을 지적합니다. 하지만 현 정부에 대한 진보주의자들의 반응 또한 군사정권하의 수구신문과 똑같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인터넷 독자 ‘전역장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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