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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 자기부정은 하지 말자 “어쨌거나 직장 아닙니까.” 취재중에 만났던 한 동아일보 기자는 헤어질 때 다시 한번 이 말을 했다. 자신은 기자이나, 동시에 사원이기 때문에 회사가 휘청거릴 정도의 이번 추징금액에 대해서는 격한 마음을 누를 길 없다고 말했다. 또 “경영진의 편집권 간섭에 대해 평소 문제의식을 가졌던 기자들이라 해도 이번 세무조사는 ‘정권의 언론 길들이기’라는 데 큰 이견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하기도 했다. “정권이 쓰는 가장 효과적인 칼이 세무조사인데, 이번이 선례가 돼 다음에 정권이 바뀌고 그 정권이 한겨레신문사에 세금을 왕창 매긴다면 어떻겠느냐.” 논쟁이 아니라 취재 자리였기 때문에 나는 “내야죠”라고 짧게 답했다. 그에게 미처 못다한 이야기가 있다. 만약 한겨레신문사가 탈세하고 탈루한 소득이 문제가 돼 회사문을 닫을 지경이 됐다면? 문을 닫아야 한다. 세금 떼먹으면서까지 돈 벌라고 국민들이 쌈짓돈을 모아준 게 아니기 때문이다. 또 그것 때문에 대표가 구속될 위기에 처했다면? 나는 “사장님, 힘내세요”가 아니라 “사장님, 잘 가세요”라고 말할 것이다. 게다가 회사 대표와 그 일가가 내가 받을 돈까지 자기 호주머니에 넣으면서 세금을 떼먹었다면? 더 말해 무엇하랴. <한겨레21> 369호 표지이야기는 동아일보 기자들에게 사주와 멱살잡이를 하거나, 지금 당장 회사를 박차고 나오라는 훈수를 두려고 쓴 게 아니다. 한 독자의 지적처럼 “한겨레가 이참에 동아를 밟고 3등 신문이라도 되어보려고” 쓴 건 더더욱 아니다. 동아일보 기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최소한 자기부정은 하지 말자는 것이다. 6월 말 동아투위 해직기자들이 사주의 반성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냈다. 한 해직기자는 성명서가 나온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세무조사 정국을 과거의 광고탄압과 같은 언론탄압으로 쓴 기사를 보고 너무 화가 났다. 나는 언론개혁운동도 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사는 사람이다. 하지만 자기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세무조사를 정치적 문제로만 해석하고 그것을 지면에 반영하는 몰가치적 자기합리화는 참을 수 없다. 후배들에게 부탁하건대 제발 아프다고 소리지르지 말아달라. 손톱에 가시 낀 게 아프다면 온몸이 짓뭉개졌던 우리는 뭐가 되느냐.” 내가 아는 동아일보의 선배 기자들과 젊은 기자 중에는 그곳이 조선도 아니고 중앙도 아니고 동아이기 때문에 들어간 이들이 꽤 된다. 물론 어쩌다 입사시험에 붙어서 들어간 이들도 있지만 그들 역시 입사 뒤에는 최소한 동아일보 기자다운 기자가 되려고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동아일보의 과거에 비춰볼 때 그것은 당연한 자기 동일시이다. 김병관 명예회장과 오명 회장, 그리고 몇몇 이사들이 사퇴한 뒤 동아일보 내부 분위기는 강경하게 얼어붙었다고 한다. 사주 구속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가면서 일전불사 태세가 더 강화됐다고 한다. 좋지 않은 조짐이다. 이것이 과연 동아일보다운 것인가. 동아일보 구성원들의 현명한 선택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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