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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군당국이 말해야 할 때 제368호 표지이야기 ‘국군의 적 군폭력’ 기사가 나간 뒤 독자들의 반응은 무척 뜨거웠다. 인터넷 게시판에선 군폭력의 실태를 두고 공감한다는 독자들과 너무 현실을 폄하한 것 아니냐는 독자들 사이에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기자의 이메일로도 여러 독자들이 직접 이런저런 의견을 보내줬다. 많은 독자들은 기사를 통해 폭력으로 얼룩졌던 자신의 군대생활을 돌이켜보고 새롭게 고민하게 됐다고 말해왔다. 강원도 강릉시의 김경목 독자는 독자엽서에서 “기사를 읽고 난 뒤 자연스레 3년 전 군생활로 되돌아가보게 됐다”며, “선임병의 폭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던 생활의 연속”은 “군대를 제대한 모든 이들의 한결같은 경험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양에서 늑대로 변신하게끔 하는 군폭력의 발생원인은 폐쇄구조적 시스템과 가해자들의 의지부족, 그리고 사회의 무관심”이라며 “이 문제가 더욱더 커져 사회발전에 큰 장애가 되기 전에 군폭력문제를 공론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반면 전역장교라고 밝힌 한 독자는 “최근 군대 내의 군폭력을 막기 위한 많은 노력들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군폭력 실태만 과장한 게 아니냐”는 의견을 보내오기도 했다. 그러나 독자들의 열띤 반응과는 대조적으로, 군은 이번에도 일체의 공식적인 반응없이 침묵을 지켰다. 취재과정에서 이미 군의 답답하리만큼 폐쇄적인 태도를 체험한 터라, 큰 기대를 갖진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공론의 장에 제기된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좀더 전향적인 논의수렴의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은가 하는 아쉬움은 여전히 남는다. 군은 취재과정 내내 군폭력에 대해 논의하는 자체가 부모들에게 불필요한 걱정을 심어주고, 가뜩이나 병역비리 등으로 징병제의 정당성이 위협받는 현실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견해를 고집했다. 그러나 군폭력을 결코 군 내부의 문제로만 남겨둘 수 없음은 분명하다. 군당국의 각종 군폭력 방지대책에도 불구하고 군폭력의 심각한 실태는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음을 취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사회 전반의 민주화와 자유화에 따른 인권의식의 증대에 따라 군에 입대하는 신병들의 사고와 행동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음에도, 군의 행동양식은 이를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대한 군 전체의 깊은 고민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다. 군 밖의 사회에서도 더이상 군폭력을 어쩔 수 없는 군만의 문제로 치부해선 안 될 것이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하나뿐인 자식들을 군에 보내고 있는 현실에서, 전시 아닌 평상시에 해마다 300여명이 죽고, 1500여명이 정신질환에 걸리는 험악한 실상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자식들을 군대에 보낸 부모들부터 군폭력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국민만이 의무를 다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국가 또한 국민들에게 국방의 의무를 요구하기에 앞서, 미래의 주역이 될 숱한 젊음들이 폭력에 상처받지 않도록 지켜줄 의무를 다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국가에 이러한 의무의 준수를 요구하는 것은 공동체 성원 모두의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이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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