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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히 따져본 DJ 개혁정책 지난 5월 집권 민주당 최고위원들 사이에서 ‘개혁피로감’이니 ‘개혁마무리론’이 제기된 적이 있다. <한겨레21>은 “그동안 개혁을 제대로 하기는 하고 그런 소리를 하느냐”는 시민단체들의 비판에 문제의식을 함께하면서도, 당시 이 문제를 어떻게 지면에 담을까 하는 데 대해서는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있지 않았다. 362호 표지이야기 ‘김대중 정부 100대 국정과제 전문가 평가’의 기획 아이디어는 여당 의원한테서 빌려온 것이다. ‘개혁마무리론’의 파문은 수그러졌으나 여야간 합의된 인권법과 돈세탁방지법 등 개혁법안이 “무늬만 개혁”이라는 비아냥을 듣던 5월 후반기 어느날, 개혁성향의 의원을 만나 이런저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대통령직인수위의 100대 국정과제를 기준으로 김대중 정부의 개혁성과를 평가해보자는 기획 아이디어는 이날 대화에서 나온 것이다. 이 의원은 이야기 끝에 “우리 정부의 개혁의지가 한심스럽다. 대통령직인수위 시절 제시한 100대 국정과제 가운데 제대로 된 것이 얼마나 되는지, <한겨레>에서 한번 짚어보는 것이 어떻냐. 그래야 우리 정부도 정신차린다”고 제안했다. 가장 많은 토론이 이뤄지고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든 것은 분야별로 평가위원을 위촉하는 일이었다. 편집장은 “기획의 승패는 평가위원의 면면에 달렸다”며 공정성과 진보성의 기준에서 이의가 없는 전문가들을 선정할 것을 누차 주문했다. 평가위원들은 <한겨레21>의 평가의뢰에 대체로 흔쾌히 응했다. 정책을 따져 중간점을 해보자는 기획의도를 설명하자 대부분의 평가위원들은 “그렇지 않아도 한번 정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며 반색했다. 평가위원들의 답변도 구체적이고 충실했다. 특히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중앙행정분야 6개 국정과제에 대한 평가를 부탁받고 무려 A4용지 25쪽이나 되는 평가서를 보내왔다. 이용식 한국체육과학연구원 선임연구원도 체육분야 1개 국정과제에 대해 A4용지 12쪽 분량의 평가서를 보내왔다. 거의 한편의 소논문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었다. 이 자리를 빌려 제한된 지면 때문에 평가위원들의 날카로운 비판을 모두 담지 못한 것에 대해 양해를 구하고 싶다. 표지이야기에 대해 어떤 독자는 “낙제생 DJ라는 말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조선일보> 등이 연일 ‘김대중 정부 죽이기’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겨레21>까지 나설 필요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우리는 평가 점수를 미리 점치지 않았다. <한겨레> 6월13일치에 실린 영국의 진보지 <가디언>의 편집국장 앨런 러스브리저 인터뷰 기사로 답변을 대신하고자 한다. “신문과 정부의 관계는 언제나 시종여일해야 한다. 신문은 비판할 사안은 비판하고 인정할 만한 성과는 인정해야 한다. 우리 신문이 현 노동당 정부를 비판하는 것에 놀라는 사람이 많았다. 그들은 <가디언>이 보수당 정부와 비교해서 현 정부에 대해 우호적이리라고 예상했던 것 같다. 그러나 어떤 정부가 우리가 믿는 가치를 지지하는 ‘진보적’ 정부라 해서 불철저하거나 덜 엄밀한 태도를 취한다면 우리는 언론으로서 자격이 없다.”
박병수 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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