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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 ‘고립된 유희’의 공간
청담동은 과연 한국의 천민자본주의가 만들어낸 하나의 에피소드일뿐일까. 취재하면서, 그리고 기사가 나간 뒤 독자들의 연이은 이메일을 받으면서 든 생각은 청담동이란 동네가 진짜 어떤 곳이냐는 점이었다. 2주 동안 청담동을 훑고 다니면서 청담동은 참 묘한 곳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동시에 청담동의 고급 의상실보다 청담동의 음식점과 카페 같은 유흥공간들이 청담동의 본질을 더 많이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부자들만 흥청망청대는 곳이면 성격이 분명할 텐데 중산층들까지 청담동의 비싼 음식점과 1만원짜리 커피를 파는 카페를 가끔이나마 드나드는 데는 어떤 이유가 있지 않을까. 우리의 놀이·여가문화는 공동체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는 장점이기도 하지만 무척 시끄럽고 왁자지껄한 분위기라는 특성도 지니고 있다. 그래서 개인의 사적인 욕구를 억압하는 구조를 지니는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청담동에 오는 사람들은 이런 분위기에서 잠시 벗어나 혼자만의 유희를 즐기고픈 욕구가 강했다. 그래서 청담동은 무척이나 조용하면서도 서로를 신경쓰지 않는 소비, 여가 풍속이 자리잡고 있었다. 만난 사람들은 “사회적, 공동체적 문제가 아닌 사생활적인 측면과 소비행동에 공동체적인 논리를 강요하는 것이 달갑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이미 이런 인식은 사회전반적으로 굳어가고 있고, 특히 젊은 층일수록 더한 것이 사실이다. 청담동은 이런 욕구를 가장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즐기는 곳이라고도 볼 수 있다. 문제는 이 이국적, 개인주의적 취향을 즐기고 소비하는 경제적 원천이 어디서 나오냐는 데 있다. 독자들이 청담동에 비판적인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과연 이 동네에서 즐기는 사람들의 경제력이 정당한 것이겠느냐는 의심. 거부감과 그들의 문화 자체는 구분돼야 하겠지만 한국적 현실에서 이를 따로 놓고 생각하기는 힘들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 것 모두를 기사에 담을 수는 없었다. 청담동이란 어느 한 지역이 대한민국의 다른 지역과는 너무나 다른 곳으로 자리잡았다는 것 자체만을 분석적으로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한겨레21> 독자들은 대체로 청담동 기사의 내용을 매우 정교하게, 동시에 비판적으로 받아들였다. 쏟아지는 메일을 받으면서 그런 문제를 지적하는 비판능력과 자기 주장을 직접 발산하는 적극성을 가진 독자들을 대상으로 기사를 쓴다는 것이 무척 행복한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비록 기사가 왜 그 모양이냐는 비판도 감수해야 했지만.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표지이야기를 보고 정말 ‘빈부차이’라는 말은 이럴 때 사용하는 말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도 몇번 청담동에 갔었지만 이렇게까지 피부로 느끼지는 못했거든요. 이 작은 땅덩어리, 그것도 서울에서 이렇게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면서도 그걸 몰랐군요. 부럽기도 하면서 가슴이 아픕니다. 권선희/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청담동을 가끔 들르게 되는데 보통 사람의 시선으로는 너무나 부담스러운 음식점들이 몰려 있습니다. 물론 그것이 하나의 문화적 현상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과 동떨어진 문화도 용납해야 한다고 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더욱이 그것이 하나의 우월적 계층형성을 위한 구별짓기일 경우에는 더욱 그러합니다. 청담동과 정반대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사는 동네를 다뤄주세요. 최희승/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솔직히 <한겨레21>의 기사는 감정이 넘쳐흘러 얄팍하기도 쉬웠는데, 깊이있는 내용으로 청담동의 의미를 제대로 짚었다고 생각됩니다. <한겨레21>이 ‘옳은 말은 쓰지만 깊이는 떨어지는 매체’가 아니라 ‘깊이도 있는 매체’가 되었으면 합니다. 김병준/ 인터넷 독자
많은 젊은이들이 취업에 시름하는 현 상황에서 그런 기사를 표지로 내세울 만큼 우리가 이런 특정부류의 삶에 관심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한겨레라면 이런 현상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거나 쓴소리들이 더 한겨레답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윤진석/ 인터넷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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