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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와함께] 홍역, 여전히 속수무책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속수무책이다.’ 이번 겨울, 홍역이 하루 500명의 환자를 발생시킬 정도로 산불처럼 한반도를 휩쓸고 있다. 지난해 12월23일 2만9041명(2000년 집계)이던 홍역 환자는 12월 말 3만1930명을 넘어섰다. 새해 들어서는 어떤가? 그 기세가 조금 꺾였지만 확산 추세는 여전하다. 1월의 신규 환자만 하더라도 1월12일 현재 3500여명. 이 추세라면 올 1월(총계)에는 1만명에 가까운 환자가 또다시 발생할 전망이다. <한겨레21> 341호 ‘산불처럼 번지는 홍역을 잡아라’가 보도된 뒤, 그동안 홍역에 무관심하던 많은 언론은 뒤늦게야 관심을 보였다. <한겨레21>이 시중에 배포된 다음날인 1월3일 <동아일보>가 ‘홍역백신 홍역… 백신 품절로 1살 미만 접종 못해’란 제목의 사회면 톱기사로 홍역비상 상황을 보도했다. <한국일보>도 같은날에 ‘전국 때아닌 겨울홍역 비상’이란 제목으로 홍역확산 사태를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특히 10일치 ‘과학·의학’면에서도 ‘홍역방치 땐 폐렴 등 합병증’이란 제목의 기획기사를 통해 홍역의 유행이유, 홍역의 증세, 예방법을 자세히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1월8일 ‘후진국 전염병 나도는 한국’이란 제목의 ‘사설’을 통해 “홍역, 이질 등 전염병이 창궐해 국민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정부는 전염병 문제를 주요한 국가적 의제로 삼아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중앙일보>도 1월7일치 ‘지난해에 비해 전염병 부쩍 늘어’란 제목의 사회면 기사를 통해 “전염병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은 홍역의 대유행 때문”이라면서 “정부의 사전대비 소홀”을 지적했다. 보건복지부, 국립보건원 등 방역당국과 언론의 홍역에 대한 대응태도는 그러나 전형적인 뒷북치기에다 한마디로 소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는 격. 방역당국은 <한겨레21>에서 지적했듯이 지난해 8월에 소아과학회에서 이미 대책마련을 촉구했는데도 무시해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고, 아직도 적극적인 대책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애초 1월3일 국무회의에 홍역비상 상황을 보고해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의 권고에 따라 완전퇴치를 위한 600만명분의 예방백신을 수입할 참이었다. 그러나 방역당국은 국무회의 보고를 1월9일로 바꿨다가 다시 1월15일로 변경하는 등 국무회의에 이를 상정조차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다시 15일 국무회의에 이를 보고하기로 일정을 잡았다. 정부가 이렇게 헤매는 사이에 또 얼마나 많은 어린이들이 가쁜숨을 몰아쉬며 홍역의 고통에 시달려야 할지…. 답답하기 그지없다. 여기에다 이질환자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질환자 중에는 신형 항생제가 듣지 않는 경우도 있어 대책마련이 만만찮은 상황이다. 이럴 땐 도리없이 각 가정에서 최대한 알아서 주의를 기울이는 게 최선의 예방법. 가급적 아이들이 많이 모이는 곳은 삼가는 등 개인위생에 신경을 써야 하며, 부모들은 10살 전후의 허약한 학생은 반드시 백신 재접종을, 6∼12개월 영아는 조기접종을 하도록 잘 챙겨야 한다. 이창곤 기자g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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