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와함께] ‘역감시’가 필요한 시점

정보화 사회는 유토피아인가 디스토피아인가? 유토피아라고 선뜻 대답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인간의 편리를 위해 고안된 각종 정보화 기술들이 반드시 선의의 목적만으로 이용되지 않는 탓이다. 작업의 효율성을 위해 개발된 각종 장치들이 노동통제와 감시의 성격을 동시에 갖는다든지, 효율적인 정보소통의 장인 인터넷이 또다른 감시망의 역할을 한다든지, 정보화 사회의 부정적 결과물인 감시는 이미 우리 사회 깊숙이 침투해 있다. 제331호 표지이야기 ‘훔쳐보는 자들에게 저항하라!’도 일상화된 감시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감시문제는 들여다 볼수록 놀라움을 금할 수 없는 주제였다. 마치 SF영화를 보는 듯했다. 미국은 에셜런을 비롯한 고도화된 전 지구적 감시망을 ‘이미’ 구축하고 마음만 먹으면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알아낼 수 있다. 한국 정부도 예외는 아니었다. 현재 정부가 추진중인 지문날인 데이터베이스화도 언제 ‘감시의 눈’으로 돌변해 나의 일상을 위협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국가 감시는 반대운동이 비교적 활발해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던컨 캠벨이 ‘에셜런’의 존재를 폭로한 일이나 우리나라의 ‘전자주민카드 반대운동’, ‘지문날인 반대운동’은 그 예이다.

하지만 민간에 의한 감시는 간과돼 온 측면이 크다. 대표적인 것이 작업장 감시로, 이미 다양한 이름으로 우리 일상에 들어와 있다. 데이터수집·분석(DAS) 시스템, 폐쇄회로 TV(CCTV) 등이 그 이름들이다. 이 감시체계에 맞서기 위해서는 현장 노동자와 시민들의 적극적인 저항이 필요하지만, 종종 작업장 감시는 ‘생산성 향상’ 이데올로기로 정당화된다. 이번 취재에서도 작업장 감시시스템에 접근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우리 회사일에 왜 간섭이냐?”고 하면 맞대응할 논리가 마땅치 않았던 탓이다. 이제부터라도 작업장 감시문제가 한 회사, 한 개인의 사적 차원을 넘어 사회적 이슈로 공론화되기를 기대해 본다.감시문제는 ‘아직’ 진행형이기도 하다. 국가와 기업의 감시에 맞서는 시민의 역감시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란 얘기다. 역감시를 통해 감시의 한계를 제도화하고, 시민의 일상을 보호해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감시를 눈에 보이는 감시문제로 만드는 시민운동이 움트고 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신윤동욱 기자syuk@hani.co.kr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란 영화를 보았을 때가 떠오른다. 긴박한 전개와 속도감 있는 편집으로 무척 재미있게 보았지만 다 보고 난 뒤 소름이 돋았었다. 그렇다. 우리는 다방면으로 감시에 노출되어 있다. 정통부나 경찰청에서 구입한다는 다량의 감청장치들, 인터넷사이트에 가입한 뒤 그 정보를 공유하는 제휴업체들, 필요에 의한 감시라 하더라도 시스템에 문제가 일어난다거나 하면 얼마든지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 프라이버시라는 소중한 것이 침해당하는 것이다.

정보화 사회는 감시사회일 수밖에 없다지만 우리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새로운 법안이 입안되어야 한다. 물론 시민사회의 대응도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제331호 표지이야기는 잊고 있던 감시라는 화두를 끌어내 주었다.

이병기/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영통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