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와함께] 총련동포의 고향가는 길을 열어라제322호 표지이야기 ‘재일동포 원코리아’ 기사가 나간 지 2주일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 짧은 시간에 재일동포사회에는 분단 반세기 만에 ‘처음’이라고 이름 붙일 만한 역사적 사건들이 연이어 벌어졌다. 지난 8월26일에는 가와사키에서 민단과 총련계 상공회의소가 공동으로 ‘가와사키 동포 하나 페스티벌’을 열었고, 오사카에서도 양쪽 불교도의 합동법회가 개최됐다. 무엇보다 반가운 소식은 총련 대표단이 8월24일 민단 중앙본부를 방문한 것이다. 남승우 부의장 등 총련 대표단 3명이 민단 중앙본부를 방문해 ‘6·15남북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4개항’을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가운데는 재일동포들의 생활안정과 민족적 권리 옹호를 위한 상부상조사업 공동추진, 총련 부의장과 민단 부단장을 책임자로 하는 협의기관 설치 등 전향적인 조치도 포함돼 있다. 양쪽 중앙의 만남은 반가운 소식이라 아닐 수 없다. 이 소식을 듣고 손을 맞잡고 기뻐했을 동포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누구를 붙잡고 물어도 한 보따리씩 가슴아픈 사연을 풀어놓을 만큼 그들의 사연은 절절했다. 북으로 간 가족이나 친지를 두지 않은 민단동포가 거의 없고, 남쪽에 남겨둔 혈육이 없는 총련동포가 없었다. 그 둘은 너나없이 냉담한 차별을 당한 적이 있다. 그래서 그들은 ‘존재 그 자체’로부터 남북의 화해와 통일을 기원하고 있었다. 그건 도쿄에서도 오사카에서도, 2주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다. 지난 8월27일 한국에도 TV로 생중계된 조인주 선수와 총련동포 홍창수 선수 사이의 세계복싱평의회(WBC) 슈퍼플라이급 세계타이틀전에서도 이런 화해의 염원은 확인됐다. 꽹과리와 북을 치며 열렬히 응원했던 동포들은 녹색 한반도가 아로새겨진 단일기를 앞세우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사연은 생각밖으로 덜 알려져 있었다. 기사가 나간 뒤 독자들로부터 “총련동포들이 이렇게 아픈 사연을 갖고 살아가는지 미처 몰랐다”는 전화를 여러 통 받았다. 사실 취재과정에서 알게 된 새로운 사실도 많았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아픔들이었다. 냉전의 색안경을 벗자 그들의 사연이 서서히 눈에 들어왔다. 여전히 남은 문제도 있다. ‘지방 참정권’ 문제가 그것이다. ‘재일 외국에 대한 지방 참정권’ 법안이 9월 일본 임시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는 소식은 그런 우려를 더해준다. 참정권 획득은 민단의 숙원사업인 반면 총련은 절대불가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처럼의 화해 열기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없도록 양쪽의 조심스러운 접근을 기대해 본다. 총련동포 고향방문 문제도 마찬가지다. 2주나 기다렸지만 아직 총련동포들의 남쪽 고향방문 일정이 확정됐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이미 기사에서도 지적했듯이 “몇명이 언제 올지, 비자문제는 어떻게 되는지” 서둘러 합의해야 할 현안이 한둘이 아니다. 추석이 채 열흘 남짓 남지 않았다. “이번 추석에는 꼭 갈 수 있을 것”이라며 설레던 이들이 실망하지 않았으면 한다. “좀더 많은 동포들이, 좀더 빨리” 올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신윤동욱 기자s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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