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와함께] 공적자금 투입에 책임을 물었는가318호 표지이야기 ‘공적자금을 먹고 튀어라’에서 부실 관련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지적하자 독자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갈래로 뚜렷하게 엇갈렸다. 우선 비판의 대상이었던 부실책임자, 그 중에서도 부실 기업주쪽(정확히 말하면 거론되었던 기업들의 총수와 가까이 일을 했거나 지금 일하고 있는 월급쟁이들이다)은 <한겨레21>의 보도 의도와 태도를 문제삼았다. 법과 제도적 절차에 근거해 문제에 접근하지 않고, 다분히 감정적으로 다뤘다는 비판이다. 장문의 반론문을 써서 직접 들고 온 한 재벌기업 관계자는 “바라보는 시각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내용과 근거로 든 예 중 다소 과장되거나 부적절하게 인용된 부분이 있다”고까지 말했다. 이에 비해 노동계에서는 보도내용에 대한 공감과 함께, 좀더 실효성 있는 대책까지 제시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도 표시했다. 민주금속연맹의 김희준 부위원장은 “막대한 공적자금 투입 부담을 안긴 장본인들이 떵떵거리며 잘살고 있다는 얘기는 이미 여러 차례 나왔는데 이들에게 제대로 법적 책임을 묻지 않고 있는 정부의 직무유기를 제대로 비판하지 못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공적자금은 우리 경제의 위기수습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치러야 하는 사회적 비용이다. 올해 초부터 이 공적자금의 추가조성 여부를 놓고 정치권과 재계, 노동계에서는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대체로 논점은 ‘지금까지 100조원 이상이나 쏟아붓고서 또 더 들어가야 하는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에 모아졌다. 그런데 이런 논쟁에서, 공적자금 투입에 따른 책임론은 흐지부지되고 있다. 대신 언제부턴가 추가 공적자금 투입은 기정 사실로 굳어졌다. 사실 금융위기를 거쳤던 국가에서 공적자금 추가조성은 그리 큰 논란거리가 아니다. 미국도 저축대부조합의 무더기 도산에 따른 금융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89년 약 500억달러의 1차 공적자금을 조성했다가, 바로 그 다음해에 두 차례에 걸쳐 총 1300억달러로 조성금액을 늘렸다. 추가조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쉽게 이뤄졌다. 금융부실을 야기한 책임자에 대한 철저한 응징과 부실이 재발하지 않도록 여러 가지 법적·제도적 장치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국내 상황은 어떤가? 정말 큰 일을 저질렀던 부실재벌 총수와 그 밑에서 바른 소리는 못하고 상머슴 노릇을 했던 경영인들, 정경유착과 관치금융의 주역인 수구정치인과 고위관료들, 부실 금융기관 대주주와 핵심경영진들이 응분의 대가를 치렀는가? <한겨레21> 취재팀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현실을 똑똑히 확인했다. 오히려 ‘제2 경제위기론’과 그에 따른 ‘공적자금 추가조성 불가피론’은 부실에 직접 책임이 있거나 방조한 사람들에게 방패막이 구실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 기업과 금융 부실은 모두 남의 돈을 소중히 여기지 않은 풍토에서 싹튼다. 이런 풍토를 고치지 않고 방치해두면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스스로 부실을 줄이려고 노력하기보다 위험을 더 선호하는 경영행태를 보인다. 나중에 문제가 되더라도 국민세금으로 처리해 손해볼 게 없기 때문이다. 결국 공적자금 추가수요를 부추기게 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가 부실의 확대재생산구조에 빠져들지 않으려면 특별법을 만들어서라도 ‘공적자금을 먹고 튀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박순빈 기자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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