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와함께] 의료정보 공개가 불신을 씻어낸다분명히 문제는 심각한데 너무 오랫동안 익숙해져서 기사화하기 어려운 소재들이 있다. 입시나 교육문제는 그 대표적인 예다. 분만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사회적 비용 측면에서나 산모의 건강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제왕절개 수술률이 43%라는 경악스런 발표가 나왔는데도 변화된 것은 조금 늘어난 수치뿐, 늘 그래왔기 때문에 새로울 게 별로 없는 소재이다. 의보수가 문제나 의료사고 문제 등 제왕절개를 증가시키는 요인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임신부들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의사들의 말 한마디에 모든 걸 맡기는 신세에 변화가 전혀 없는 것이다. 취재를 하면서 만난 주부들은 대부분 자신들에게 제왕절개를 권했던 의사들의 결정을 불신했다. 의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의보수가와 의료수가 문제를 지적하면서 산모들의 인내심 부족을 탓했다. 그만큼 의사와 산모간에 쌓인 불신의 벽도 높았다. 기사가 나간 뒤 몇몇 의사들로부터 항의전화와 편지를 받았다. 새로운 사실이 별로 없다는 지적은 상당 부분 맞는 것이었다. 그러나 의사들이 요구한, 첫출산의 제왕절개율과 두번째 출산의 제왕절개율 비교 등의 정보를 구하기에는 의료정보 공개의 문턱이 턱없이 높았다. 의사와 환자간에 불신을 조장한다는 의견도 일면 수긍이 간다. 제왕절개 남용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상대적으로 의학기술이 가져다준 객관적인 혜택을 부정하는 방향으로 독자에게 다가가지 않을까 고민이 들기도 했다. 의사들이 가장 많이 항의했던 부분은 열악한 의보수가와 의료환경 문제가 충분히 환기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제왕절개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산모의 건강과 무관한 재정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결국 의사 스스로가 제왕절개의 남용을 인정하는 결과가 아닐까 싶다.
문제 해결의 기미는 여전히 안개 속을 떠도는 가운데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전국 병원의 제왕절개율을 공개한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직 낮은 수준이지만 의료정보 공개야말로 의사와 산모간의 불신의 벽을 해소하고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좀더 적극적이고 높은 수준의 의료정보가 일반인들에게도 열려야 할 것이다. 산모들이 자신의 몸과 아이의 상태를 정확히 알고 분만의 방법을 결정할 수 있을 때 진정한 의미의 모자보건 또한 이뤄질 것이다.
저도 아이가 있는, 아니 아이를 낳은 엄마입니다. 기사를 읽고 그때가 떠올라 적어봅니다. 임신과 분만 모두 남편이 아는 의사의 병원에 다녔습니다. 의사는 산모와 아기가 모두 건강하니 안심하라고 했고, 임신기간 동안 혈액 검사와 기형아 검사만 하고 자연분만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친구들과 비교해 보니 검사횟수나 의사의 친절함, 기타 비용 등에서 차이가 꽤 나는 것을 알았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병원에서 필요 이상의 검사와 과다한 비용 청구를 하는 것은 아니겠죠. 병원의 시설도 차이가 많고요. 그렇지만 이제는 아는 의사가 있는 병원, 또는 주위에서 소개하는 병원이 아니면 선뜻 갈 마음이 나지 않습니다.
미국에는 아기 한번 나려면 우리 돈으로 200만원 정도가 들어간다고 한다. 물론 자연분만의 경우이다. 왜일까? 미국 의사가 훨씬 비싼 자연분만용 기구를 써서? 아니면 아이 낳은 뒤 봉합하는 데 필요한 실이 미국 거라 좋아서? 이유는 의보수가 때문이다. 기사에 써 있는 대로 하루가 넘게 걸리는 분만도 많고 그럴 경우 대개 의사가 대기하게 된다. 미국에서는 그럴 경우 의사가 별다른 처치를 하지 않아도 산모 곁에서 대기하면서 지켜본 것을 시간당 수가로 계산해 주기 때문에 비싼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떤가? 10시간을 봐줬건 40분을 봐줬건 실값, 붕대값, 소독약값만 계산해준다. 의사의 노동력을 계산해주지 않는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의사랑 30분을 이야기해도 약이나 주사없이 진찰료를 청구받으면 얼굴이 붉어지고 아주 난리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것에는 가치를 두지 않는다. 시테크라는 말도 있듯이 눈에 안 보이는 시간이 돈보다 귀하다고 하는 세상 아닌가. 그런데 왜 의사들은 시간당 노동을 계산해주지 않는가? 이런 부분을 간과한 기사가 실망스럽다. 이소영/comlsy@hite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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