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자와 함께 ] 2000년10월25일 제331호 

[독자와함께] ‘본전 뽑는’ 영어교육을 찾아

‘영어를 일찍 가르칠 필요가 있는가? 국어 교육도 제대로 못하는데 무슨 영어 조기교육인가?’ 영어 조기교육의 필요성을 부인하는 주장도 있다. 제329호 표지이야기 ‘우리 아이 외국물 먹일까?’를 읽고 한 독자는 “어떻게 <한겨레21>이 조기 영어교육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할 수 있느냐”(이광오 독자)고 항의했다. 취재진도 적잖은 고민을 했다. 그러나 지난 97년 초등학교 3학년생들한테 영어교육을 시작할 때 불붙은 논쟁을 다시 반복하고 싶지는 않았다. 논란을 일단 접어두고 어떻게 하면 비싼 돈 들이지 않고 아이들한테 영어를 잘 가르칠 수 있는가 하는, 이 땅의 많은 부모들의 현실적 고민을 함께 풀어보고 싶었다. 영어 조기교육을 둘러싼 소문의 신빙성도 밝혀보려고 했다.

몇몇 독자들은 “영어교재 소개에 중점을 뒀다. 영어교재 회사의 의견이 너무 많이 반영됐다”고 항의했다. 그러나 영어교재 회사의 의견을 반영한 것은 아니다. 영어교재를 서점에서 골라 영어전문가들과 함께 평가했다. 영어교재 회사쪽에도 의견을 묻기는 했으나 자신들이 만든 교재에 대한 평가를 부탁한 것은 아니었다. 이들한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영어교육방법, 예를 들면 챈트와 같은 교육방법에 대해서만 의견을 물었다.

영어교재를 평가하고 기사화할 때는 사실 많은 고민이 있었다. ‘이 회사의 교재는 좋다, 저 회사의 교재는 시원치 않다’라는 판단이 있었지만 이런 판단을 활자화하기란 어려웠다. 따라서 아이들한테 도움이 될 만한 것으로 판단된 교재를 비교적 자세히 알려주는 방법 이외에는 달리 뾰족한 수를 찾지 못했다. 또 있다. 허리띠를 졸라매는 한이 있더라도 자녀교육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현실에 비춰볼 때 어린이 영어 해외연수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애초 한달에 몇백만원이 드는 해외연수의 효과를 전문가들과 함께 검증해 보려고 했다. 그러나 비용에 걸맞은 효과가 있는지를 평가할 만한 잣대가 없어 중간에 접었다.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황상철 기자rosebud@hani.co.kr

극단으로 치닫는 조기 영어교육 열풍에 대한 비판으로 시작된 기사는 여느 기사와 달리 문제의 핵심으로 파고들지 못하고 ‘조기 영어교육이 유행하고 있는데 유학은 돈이 드니 집에서 어머니가 가르쳐라’는 어정쩡한 타협으로 나아갔다고 생각된다. 자녀에게 말할 때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쓰라는 일부의 권장이 실효성을 갖추고 있는가도 의문이거니와 영어교육 열풍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면 어린이도 영어를 배워야 한다는 생각의 정당성부터 질문했어야 했다. ‘네이티브 스피커’처럼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만이 진짜 영어를 쓰는 사람이며 세계 시민으로서 자격이 있다는 영어의 이데올로기는 세계화 이데올로기의 첨병 노릇을 하고 있다. ‘현실이 그러니까’라는 이유로 영어의 이데올로기를 받아들이고 그를 쫓아가는 것은 결국 완벽한 영어의 신화와 세계화의 종속 구도를 재생산하는 효과를 낳을 뿐이다.

박성열/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 언어학 박사과정


.




↑Back to the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