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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와함께] 기업내부자와 시민단체의 감시활동을 아내 몰래 딴 주머니를 차는 일개 범부(凡夫)에서 검은돈의 먹이사슬 꼭대기에 서 있는 정치인에 이르기까지 비자금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운 이들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또 비자금 조성 관행이 우리나라만의 일도 아니며 하루이틀된 문제도 아니다. 그런 점에서 비자금 문제를 다시 꺼내는 것은 속된 말로 뜨끈뜨끈한 기삿거리가 되기엔 함량미달이다. 물론 대형 스캔들로 비화할 만한 비자금 사건이 포착된 경우라면 얘기는 달라지겠지만. 고만고만한 기업인들의 비자금 조성 및 이에 따른 구속 사태는 늘 벌어지는 일상사일 뿐이다. 제327호 표지이야기 ‘검은돈 더 활개’는 이런 점에서 독자들의 열렬한 반응을 기대하기는 애당초 어려웠다. <한겨레21>의 오랜 독자이자 기자의 고등학교 동기인 한 직장인은 “솔직히 말해 별로 감동을 받은 기사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비자금? 어떻게 조성하는지 대략 알려져 있는 거고… 기업들 장사하려면 그거(비자금) 없이는 사실 불가능한 것 아닌가.” 그런데도 ‘검은돈-비자금’ 문제를 다루기로 결정한 것은 지난 정권과는 어느 정도 차별성이 있다고 여겨지는 새 정부 들어서도 검은돈을 매개로 한 비리사건이 끊임없이 터져나오는 현실에 경종을 울리자는 뜻에서였다. 기사가 나가기 직전에 이미 여러 건의 비자금 사건이 터져나왔을 뿐 아니라 이후에도 ㅎ전자 임원, 정치인 ㅎ씨, 건설업체 ㅇ사 등이 연루된 비자금 사건이 꼬리를 물었다. 검은돈 조성이 몇몇 회사의 비리 수준이 아니라 사회전반에 뿌리깊게 퍼져 있는 관행임을 뒷받침한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서울지검 특수1부의 한 검사는 “우리 풍토에선 (기업들의) 비자금 조성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며 “비자금 조성 자체는 문제삼지도 않으며 뇌물수수같이 불법행위가 포착된 경우에나 사법처리를 한다”고 말했다. 사법당국조차 비자금을 필요악으로 인정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기획 당시의 욕심과는 달리 뾰족한 대안을 제시하기도 어려운 주제였다. 정부가 마련해놓은 반부패 대책을 엄정하게 시행하고 비리사건에 연루된 이들에 대해선 성역없는 수사를 통해 잘잘못을 엄정하게 가려내야 한다는 원칙론에서 크게 나아갈 수 없었다. 한 가지 바라는 게 더 있다면 기업내부 조직 및 시민단체의 감시활동이 활발해지는 일이다. 비자금 사건의 속성상 기업내부자의 고발이 없다면 바깥으로 드러나기 어렵다. 비자금(검은돈)은 결국 기업을 망가뜨릴 뿐 아니라 탈세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기업내부자와 시민단체는 명백한 이해당사자이다. 김영배 기자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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