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w.hani.co.kr/h21

기사섹션 : 이슈추적 등록 2003.12.03(수) 제487호

[이슈추적] 네이스, 네이놈!

재판부의 CD 배포금지 결정에 “대입전형 제때 못 끝낸다”는 교육부 주장의 허실

교육인적자원부의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밀어붙이기’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법원이 고3 수험생들이 낸 ‘NEIS CD 제작·배포 금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며 “CD제작의 위법성이 인정된다”고 판결한 것에 대해 교육부가 “대입 차질을 막기 위해 가처분신청을 낸 학생들을 제외하고 CD제작을 강행하겠다”며 정면으로 맞서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 ‘입시대란’논리를 따져보면…

교육부 이문희 교육정보화국장은 지난 11월28일 서울지법 민사합의 50부(주심판사 이영훈)의 가처분신청 인용 결정이 내려지자마자 곧바로 기자회견을 갖고, “CD가 없으면 대입합격자 발표 최종일인 내년 2월5일까지 전형을 끝낼 수 없다”며 “CD제작을 애초 일정대로 진행하면서 법원에 불복신청을 내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CD가 없으면 입시대란이 일어나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CD제작을 강행할 수밖에 없다”며 “법원의 결정은 이런 문제점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교육부의 이런 주장은 재판부의 설명에 비춰볼 때 설득력이 떨어진다. 재판부가 가처분신청 인용을 결정할 때 대입 일정의 문제를 면밀히 검토했기 때문이다. 이영훈 주심판사는 11월29일 <한겨레21>과의 전화 통화에서 “교육부가 대입 일정상의 불가피함을 강조해서 소송 당사자쪽에 소명자료를 요구해 이를 집중적으로 검토했다”며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더라도 교육부가 주장하는 입시대란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대입 일정은 이번 결정을 내리는 데 매우 중요한 고려 대상이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교육부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가처분신청을 낸 고 3수험생들의 대리인)은 대입 일정과 관련해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다. 교육부는 대입 전형이 코앞에 닥쳤기 때문에 CD를 거부할 경우 입시대란이 일어난다고 주장했고, 전교조는 이를 반박했다. 양쪽의 주장은 한치의 양보도 없이 치열하게 전개됐지만 결국 재판부는 전교조의 손을 들어줬다.

정시모집 일정은 합격자 발표를 끝으로 종료되는데, 각 대학은 1차 합격자의 등록기간을 2004년 2월6∼9일로 잡고 있어서 합격자는 2월5일까지만 발표하면 된다. 대학들은 합격자 발표 2일 전에 사정위원회를 개최해 합격자 명단을 확정하고, 이보다 3일 전에는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와 수능·논술·면접 점수 등 전형자료를 합산해서 합격자 점수를 최종 검토한다. 따라서 합격자 발표 5일 전에 학생부 출력물의 전산입력 작업이 완료되면 정시모집 일정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게 된다. 대학입학원서 접수가 끝나는 2003년 12월16일부터 합격자 발표일인 2004년 2월5일까지 각 대학이 학생부 전산입력을 끝내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학생부 전산입력 작업 시간이 문제가 되는데, 이 기간은 교육부 산출 결과 15일 정도가 걸리는 것으로 나왔다. 이는 학생선발 규모가 큰 대학들의 수시모집 때 산출된 수치다(수시모집 때는 CD가 제공되지 않는다). 따라서 원서 접수부터 합격자 발표까지 약 50일의 시간이 있기 때문에 학생부를 CD로 제출하지 않아도 정시모집 일정은 큰 차질을 빚지 않는다.

교육부는 대부분의 대학이 1월에 합격자를 발표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이런 분석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경우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부득이하게 1월 중순에 합격자를 발표하려면 아르바이트를 고용해 전산입력 인원을 보강하면 된다는 것이다. 전교조 송원재 대변인은 “이미 법정에서 CD가 없어도 정시모집 일정에 아무런 지장이 없음이 가려졌는데 교육부가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보인권’강조한 재판부

교육부가 이처럼 억지를 부리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교육부의 행동을 NEIS 관철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법원의 결정에 따라 CD제작을 중단할 경우 NEIS 재검토 여론이 힘을 받을 것이고, 이는 다음달 중순에 있을 교육정보화위원회의 NEIS 도입 결정 투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전교조 관계자는 “교육부가 대학입시 일정을 핑계로 NEIS 대세론을 퍼뜨릴 계획이었으나 법원의 결정으로 철퇴를 맞고 말았다”며 “CD제작 강행은 교육부의 이런 위기감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의 결정 이후 교육부 관료들 사이에서조차 NEIS 찬반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NEIS 실무부처와 다른 부처들간에 이견이 있다”고 전했다. 재판부가 이번 가처분신청에서 정보인권을 강조했다는 점도 교육부를 긴장시키고 있다. 재판부가 비록 NEIS에 대한 위법성 여부는 명시적으로 판단하지 않았지만, 정보인권을 강조한 것은 NEIS의 위법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교조 김학한 국장은 “재판부가 학생의 동의 없이 CD에 정보를 집적하는 것을 위법한 것으로 판단했는데 이를 NEIS에도 적용할 수 있다. NEIS도 학생의 동의 없이 과다한 개인정보를 교육청 서버에 집적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가처분신청의 주심을 맡은 이영훈 판사도 NEIS에 대해 “어떤 정보를 담고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위법성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해 이런 분석을 뒷받침했다.

교육부의 CD제작 강행 방침은 여론의 거센 비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 시민들의 눈에는 법원의 판단까지 부정하는 모습이 정당한 여론 수렴 절차를 외면하는 것으로 비칠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재판부가 “반대의사를 밝힌 학생들이 손해배상 소송을 내면 교육부가 배상 책임을 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고, “대학들이 CD 없이는 전형을 못한다고 한다”는 교육부의 해명에 대해 “법원에서 위법 결정을 내렸는데도 이를 고집한다면 대학이 위법 행위를 강요하는 꼴이 될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재판부의 경고에 따라 앞으로 고3 수험생들의 소송이 이어질 경우 그에 따른 부담도 교육부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거부한 전력이 있는 교육부는 이번 행동으로 또다시 전교조 등 NEIS 반대론자들의 신뢰를 잃게 됐다. 전교조는 “교육부가 다음달 열릴 교육정보화위원회의 최종 결정도 그 결과에 따라 다른 태도를 보일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신뢰 없는 집단’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면서까지 NEIS를 강행하려는 교육부의 숨은 뜻은 무엇일까. 국민들이 교육부에 묻고 싶은 질문이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http://www.hani.co.kr/section-021037000/2003/12/021037000200312030487014.html



The Hankyoreh Plus copyright(c) webmaster@new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