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슈추적 ] 2003년12월11일 제488호 

검찰의 창, 이회창을 겨누다

서정우 변호사 체포의 파장은 최돈웅 의원 때보다 클 듯… 이번엔 이 전 후보까지 수사 진행될까

최돈웅 의원이 ‘태풍’이었다면 서정우(60) 변호사는 ‘허리케인’인가.
대선자금 수사와 관련해 한나라당이 제2의 위기를 맞았다. 대검 중수부(안대희 검사장)가 12월8일 서정우 변호사를 긴급체포하면서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에 직접 칼끝을 겨누고 있다. 과연 이 전 후보의 형사처벌로까지 이어질지 벌써부터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사진/ 12월8일 긴급 체포된 서정우 변호사. 그는 이회창 전 후보와 인간적으로도 각별한 사이였다(왼쪽). 이회창 전 후보에게만 가면 멈추던 검찰 수사가 이번엔 달라질까. 10월30일 불법 선거자금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이 전 후보(오른쪽).(류우종 기자)


상당한 ‘자신감’ 드러낸 검찰

검찰이 서 변호사로 수사 대상을 확대한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그동안 대선자금의 ‘출구’쪽인 기업과 ‘입구’쪽인 정치권 가운데 출구쪽만을 열심히 파던 검찰이 이제는 ‘입구’를 직접 들여다보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또 ‘입구’쪽을 들여다볼 수 있는 여러 증거와 정황 등을 이제 충분히 확보했다는 얘기일 수도 있다. 예선경기가 끝나고 본선경기가 시작된 셈이다.

검찰은 서 변호사를 긴급 체포하면서 상당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피의 사실 공표라는 비판 때문에 즉각 불법자금의 액수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SK쪽에서 한나라당이 받아 챙긴 100억원보다 훨씬 큰 액수임을 에둘러 내비쳤다. “죄질이 중하다”거나 “액수가 상당한 규모”라는 표현을 직접 한 것을 두고, 적어도 500억원 안팎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 정도 액수면 한나라당은 최돈웅 의원 때보다 상대적으로 더 큰 사회적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검찰은 서 변호사의 역할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1997년 세풍사건 때 이 전 후보의 동생인 회성씨나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 정도로 봐도 큰 무리가 없다”고 답함으로써 서 변호사가 이번 대선자금 수사의 또 다른 뿌리임을 숨기지 않았다. 이는 뒤에 물러나 앉아 ‘기획’ 또는 ‘모의’하는 데 그친 것이 아니라 직접 ‘실행’하는 데 팔을 걷어붙였다는 얘기가 된다.

세풍사건에서 이회성·이석희씨는 모금대상 23곳을 정한 뒤 기업 관계자들을 직접 접촉해 166억원의 불법자금을 요구하고 건네받는 구실을 도맡아 실행한 바 있다. 정치자금 수수관행으로 비춰볼 때 서 변호사는 지난해 대선 당시 기업 내 경기고 인맥을 주로 활용해 모금 활동을 벌였을 가능성이 크다.

서 변호사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그야말로 ‘이회창의 사람’이다. 그는 지난 대선 때 이 후보의 개인후원회(이른바 ‘부국팀’) 부회장을 맡을 만큼 인간적으로도 각별한 관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이 전 후보의 경기고 8년 후배이자 법관 후배로 대선 열기가 한창이던 지난해 6월 이 전 후보의 법률고문으로 영입돼 각종 폭로공세와 언론보도 등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방어 이데올로기를 생산해낸 것으로도 이름나 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당 공식 라인을 거치지 않는 이른바 ‘특명 사항’은 서 변호사를 통해 이 전 후보가 해결한 것으로 알려져 있을 만큼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측근 중의 최측근”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세풍사건에서도 한나라당 변호인을 맡은 바 있다.

이 전 후보의 형사처벌은, 형식적으로는 이 전 후보가 서 변호사의 불법자금 모금과 관련해 사전에 이를 알고 함께 논의했거나 적어도 묵시적으로 동의했다는 관련 증거나 관련자들의 진술이 나와야 가능하다.

이 전 후보, 비장하게 책임 강조

세풍사건에 이어 최돈웅 의원의 불법자금 수수사건에서도 ‘침묵’했던 이 전 후보가 이번 사건에서 자신의 ‘개입 여부’를 솔직하게 털어놓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그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12월8일 “모든 책임을 지고 감옥에 가더라도 제가 가고 소환을 요구하면 (검찰에) 나가겠다”는 말을 거듭 강조했다. 지난 10월30일과 같은 내용이었지만 ‘책임’을 강조하는 톤은 한층 비장했다.

그에게만 다가서면 멈춰섰던 대선자금 수사가 이번에는 계속 진행될지 지켜볼 일이다.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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