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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북한에 자유를 준다고? 상 · 하원에 ‘북한자유법안’ 상정… 체제전복 겨냥 인권공세 북-미 갈등 씨앗 될라
최근 미국의 상 · 하원 의원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북한의 인권개선과 민주화, 탈북자 지원 등을 담은 법안을 냈다. 11월20일 ‘2003 북한자유법안’(North Korea Freedom Act of 2003)이 미 상원에 상정됐고, 11월22일 ‘북한 자유법안’(North Korea Freedom Act)이 하원에 상정됐다. 두 법안 이름에는 모두 ‘자유’(freedom)란 단어가 들어 있다. 미국은 자유를 꽤 좋아한다. 2001년 9·11 사태 뒤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할 때의 작전명이 ‘항구적 자유’(Enduring Freedom)였고, 올 3월 미-영 연합군의 이라크 작전 이름도 ‘이라크 자유’(Freedom Iraq)였다. 미국은 이라크 사람의 자유를 위해 폭격과 미사일 공격을 동원했다.
“3개월 내 북한 감옥 비밀보고서 제출하라”
11월20일 샘 브라운백 미 상원 동아태 소위원장과 에반 베이 상원의원이 ‘2003 북한자유법안’(North Korea Freedom Act of 2003)을 상정했다. 이 법안은 △북한 인권보호 △ 탈북자 보호 △ 북한 민주화 향상 △대북협상 등 미 의회 차원의 대북정책을 총정리해 담고 있다. 북한 인권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데 미국 국회의원들이 추진하는 북한자유법안이 말처럼 북한에 자유의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북한 체제 전복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에 되레 북-미간 갈등의 새 불씨가 될 가능성이 있다. 정권교체와 인권개선을 위해 정보기관의 공작을 동원하고 필요하면 무력 행사도 불사해야 한다는 논리야말로 반인권적이기 때문이다. 김형석 한민족복지재단 사무총장은 최근 북한 인권 토론회에서 “북핵 사태 이후 군사적 긴장 조성을 통한 대북압박과 경제제재를 병행함으로써 김정일 정권의 몰락을 유도하려는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이제 북한의 민주화를 명분으로 의회로까지 확대되었다는 느낌이다. 자유법안이 표면적으로 북한 인권과 민주화를 표방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김정일 정권의 교체를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안에 따르면, 법률 제정 뒤 3개월 안에 미 중앙정보국(CIA) 등 정보기관들이 전담팀을 꾸려 북한 감옥과 강제수용소의 실태를 담은 비밀종합보고서를 미 상·하원 관련 상임위에 제출토록 하고 있다. 한 북한 연구자는 이들이 강제수용소에 관심을 쏟는 배경에 대해 “밋밋한 북한 핵시설 항공 사진보다 참혹한 정치범 수용소가 미국 유권자와 국제사회에서 북한 정권을 몰아붙이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또 정보 통제로 외부 소식을 듣지 못하는 북한 사람들에게 자유의 바람을 불어넣기 위해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 ‘라디오 프리 아시아’(RFA) 한국어 방송을 하루 3시간에서 24시간으로 늘리도록 재정지원을 하고, 북한 주민들에게 라디오를 보급하는 데 쓰도록 예산을 편성했다. 이 법안은 북한의 민주화와 인권개선을 위해 2006년까지 5억달러 이상의 예산을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돈이 풀리면 미국의 대북 공작과 인도적 명목의 간섭이 눈에 띄게 분주해질 것이다.
민주 · 공화 함께 발의… 곧 통과될 듯
CIA의 대북 첩보활동을 강화하고 대북 방송을 강화하겠다는 ‘2003 북한자유법안’의 발상은 김정일 체제 붕괴만이 북한 인권 문제의 유일한 해결책으로 믿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다. 북한자유법안을 주도한 브라운백 의원은 11월5일 상원 북한 인권 청문회에서 “북한 정권은 붕괴되고 있다. 자유국가들은 그 나라를 떠받치지 말고 북한에 민주주의와 자유를 일으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짐 리치 미 하원 국제관계위 아시아태평양소위 위원장과 크리스 스미스 부위원장 등도 11월22일 북한 민주화와 자유화를 지원하는 ‘북한자유법안’(North Korea Freedom Act)을 하원에 상정했다. 이 법안은 상원의 법안과 비교하면 다음과 같은 차이가 있다. 첫째, 고통받는 북한 주민들이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의 면접 없이도 미국의 난민 처리 절차에 접근할 수 있는 지위를 얻는다. 둘째, 북한 주민들이 난민 자격 심사를 받는 동안 이들을 임시 입국시킬 수 있는 국토보안부 장관의 권한을 강화하면서도 사안별 심사가 가능하게 했다. 미국 입국을 원하는 탈북자 중에 북한 간첩이 숨어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셋째, 북한인들을 한국인이 아니라 북한인으로 간주한다. 한국 헌법이 한반도를 영토로 규정하기 때문에 우리 법체계에 따르면 탈북자도 자동적으로 한국인이 된다. 탈북자를 한국인으로 보면 미국 입국 절차가 까다롭고 복잡해지기 때문에 미국 입국을 원하는 탈북자를 북한 사람으로 보겠다는 것이다.
미 상·하원에 북한자유법안이 상정됐다는 것은 미국 사회에서 북한 인권이 부차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증거로 볼 수 있다. 민주·공화 두 당 의원들이 함께 법안을 발의했고 시민단체들의 압력도 거세 법률 통과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들이 통과되려면 상원의 상임위와 본회의를 통과한 뒤 다시 하원 본회의를 거쳐야 한다. 이민법 등 미국 관련 법들과의 조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올해 안 법률 통과는 힘들 것 같다. 미국 정부뿐만 아니라 보수단체들과 기독교단체 등 비정부기구의 북한 인권에 대한 압박 공세는 강도가 점점 세지고 있다.
남북경협 수출상품 미국 내 수입금지?
미국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는 한국이나 일본 기업이 북한에서 생산하는 상품을 일종의 ‘노예 노동’에 의한 것으로 간주해 미국 수입금지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미국 안 인권단체들은 만약 이런 운동이 국제사회에서 현실적 힘을 얻으면 개성공단 등 남북경협으로 만든 상품의 수출길이 좁아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 행정부, 입법부, 시민단체들의 체계적인 대북 인권 공세는 미국의 대북 군사행동의 명분을 쌓을 수 있고, 북한 내부 붕괴를 노릴 수도 있다. 미국 처지에서 북한 인권 문제는 장기로 치면 한 수로써 두 말이 한꺼번에 장을 부르는 양수겸장이다. 이원웅 관동대 교수(북한학과)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북한을 붕괴시키려는 정치적 음모로 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이 교수는 “이미 국제적 관심사로 부상한 탈북자 문제, 일본 납치자 문제 등을 주도함으로써 미국은 중국과 일본과의 새로운 협상 의제를 확보하고 앞으로 역내 패권 경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연성파워(softpower) 구조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며 미국 대북 인권 공세의 배경을 동북아 헤게모니 장악 차원에서 분석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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