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슈추적 ] 2003년11월19일 제485호 

[이주노동자 재입국 비자] 급행료 떼이고 애간장 타네

‘선택적 합법화’ 대상이 된 체류기간 4년 이하 이주노동자인 팰라(29)는 필리핀에 도착하자마자 마닐라의 현지 한국대사관 앞으로 내달려야 했다. 팰라는 일단 출국했다가 3개월 이내에 재입국을 해야 한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오랜만에 회사에서 5일 휴가를 받아 ‘합법적’으로 고향을 찾았다. 하지만 제때 돌아갈 수 있는 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사흘 동안 줄을 서야 한다는 소문은 ‘진실’이었고, 하루를 꼬박 기다린 끝에 급행료 500페소(약 1만원)을 내고서야 간신히 비자를 받을 수 있었다.


사진/ 지난 11월13일 밤 필리핀 마닐라 한국대사관 앞에 필리핀 노동자 수백여명이 비자를 받기 위해 모여 있다.


합법화 대상이 된 이주노동자들은 출국할 때 ‘사증발급확인서’를 받아간다. 말 그대로 “비자를 내줘도 된다”는 한국 정부의 확인문서다. 하지만 이 확인서를 들고 가더라도 현지 대사관들의 무관심 속에 하염없이 줄을 서야 한다.

“고향은 마닐라에서 5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 곳이에요. 휴가는 5일인데 여기서 3일 기다려서 비자 받으면 고향에 갈 시간이 없겠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급행료를 냈어요.” 팰라는 “현지 대사관의 ‘답답한’ 태도 때문에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재입국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팰라 등 3명과 함께 필리핀을 찾은 김경태 목사(대구기독교근로자센터 외국인노동자상담소)는 “현지 대사관이 있는 곳은 우리나라의 ‘명동’ 같은 곳인데, 그 시내의 중심부에서 300~400명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진을 치고 있었다”며 “급행료를 내지 않으면 비자가 언제 나올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김 목사는 또 “300~400명이 그렇게 기다리는데도 대사관은 오후 2시에서 4시 사이에만 잠깐 접수를 받을 뿐이고,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는지 이유도 모르더라”며 “총영사를 만났지만 별 대답을 듣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대구기독교근로자센터에는 지난달 출국한 스리랑카 노동자 30여명이 재입국 비자를 받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이주노동자는 이래저래 나라 안팎에서 고생이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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