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슈추적 ] 2003년11월19일 제485호 

교육부 야망 ‘NEIS 천하’

대학입시 전형 앞두고 NEIS 관철 실력 행사… 보건 영역 ‘복원’ 꾀해 CD 제출 반발 움직임

교육인적자원부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을 힘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NEIS 실시 여부는 다음달 국무총리실 산하 교육정보화위원회의 ‘투표’에 따라 결정하기로 한 상태지만, 대학입시 전형이 코앞에 닥쳤다는 이유로 고3 수험생들의 입시 업무에 NEIS를 강행하고 있다.

수험생 미끼로 전방위 압박 작전

교육부는 지난 10월30일 전국 시도교육청 담당과장 회의를 열고 일선 학교에 고3 수험생의 학교생활기록부를 NEIS로 처리할 것을 독려하도록 지시했다. 교육부는 이날 회의에서 NEIS를 거부하는 교사들을 ‘협박’하는 대응책을 제시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거센 반발을 샀다. 교육부가 작성한 ‘NEIS 처리를 거부하는 학교에 대한 대책’ 자료를 보면 △학교운영위원회와 학부모회를 열어 NEIS를 통한 CD 제작의 불가피성과 CD 제작에서 누락될 경우 수험생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음을 알려 학부모가 교사를 설득할 수 있도록 하고, △NEIS 입력을 거부할 경우 다른 교사에게 학생부 자료를 입력하도록 하고, 만약 이를 방해할 경우 경찰관서의 협조를 받는 방안을 강구하도록 했다. NEIS 관철을 위해 공권력은 물론이고 교사들이 정서적으로 약점을 보일 수밖에 없는 학부모까지 동원하는 ‘전방위 압박 작전’을 마련한 것이다.


사진/ NEIS 실시 여부를 최종 결정할 국무총리실 산하 교육정보화위원회의 회의 모습.(한겨레)


그러나 교육부의 ‘협박’은 오히려 전교조를 자극하는 결과를 낳았다. 전교조 충남지부 소속 교사 637명은 지난 11월15일 NEIS 입력 전면 거부를 선언했다. 이들은 “공문을 통해 NEIS 거부자에게 경찰력을 동원하겠다고 협박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다른 교사들도 동참할 수 있도록 거부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서울지역 교사 6555명과 강원 지역 교사 430명도 NEIS 입력 거부를 선언했다.

전교조 송원재 대변인은 “올 대학 입학 정원의 42.2%가 수시모집을 통해 이미 선발이 끝난 상태고, 정시모집도 수시 때처럼 학교생활기록부 사본 등을 이용할 수 있다”며 “정시모집 일정 차질 때문에 NEIS 방식이 불가피하다는 교육부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또 지난 10월25일 서울지방법원에 ‘CD 일괄제공 중단 가처분신청’을 냈다. 전교조는 소장에서 “교육부가 NEIS를 통해 개인정보를 집적하는 것은 법적 근거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것”이라며 “더구나 이를 CD에 담아 자신이 지원하는 대학뿐만 아니라 전국의 대학에 배포하는 것은 정보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전교조가 이처럼 강하게 반발하자 교육부는 일단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교육부는 NEIS 거부 교사에 대한 공권력 대응 방침에 전교조뿐 아니라 비전교조 교사들도 반발하자, “언론에 잘못 전달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고3 수험생이 NEIS 이외의 자료를 제출하더라도 대학에서 이를 받아주도록 했다고 밝혔다. 윤덕홍 교육부 총리는 공권력 대응 방침이 발표된 직후 담당 국장을 불러 “쓸데없이 전교조를 자극한다”며 심하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의 ‘강공책’은 다음달 열릴 교육정보화위원회의 최종 결정을 앞둔 ‘기선 제압용’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오는 11월29일 교육정보화위원회 위원(26명)들을 대상으로 한 워크숍이 열리는데, 교육부가 이 모임에서 ‘현실론’을 유포해서 NEIS를 관철시키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전교조 관계자는 “교육부 안에서조차 NEIS에 대한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며 “NEIS가 논리적으로 밀리니까 힘으로 밀어붙이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종 결정 앞두고 기선 제압 노려

실제로 윤 부총리를 비롯한 교육부 ‘영입 인사’들과 정통 교육 관료들간에 NEIS를 둘러싼 이견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교육부 고위 관계자는 “일부 관료들이 ‘실무자들이 강하게 반발한다’는 이유를 대며 NEIS 강행을 머뭇거리는 윤 부총리를 압박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사진/ 윤덕홍 교육부총리가 NEIS 실행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한겨레 윤운식 기자)


교육부의 NEIS 강행 조치는 대학들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서울대 관계자는 “애초 NEIS 이외의 자료도 받는다는 게 원칙이었는데, 몇몇 사립대학이 NEIS 자료만 받는 것으로 행동을 통일하도록 주문하고 있다”며 “그러나 NEIS 거부 학교가 있는 상황에서 NEIS 자료만 받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많은 대학들이 NEIS 이외의 자료도 접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는데, 마치 교육부가 ‘선처’를 베푸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한 서울 지역 사립대 관계자도 “최근 서울지역 대학 입학처장협의회가 합의한 것은 일선 학교들이 전산자료를 통일된 방식으로 제공해달라는 원론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삭제하기로 했던 보건 영역을 슬그머니 ‘복원’하려 한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지난 5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지적한 교무·학사, 진학, 보건 3개 영역 중 보건에 해당하는 건강기록부를 삭제하기로 했으나, 교육정보화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다시 추가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최근 보건교사들로 구성된 한국학교보건연구회가 건강기록부를 추가해달라는 건의서를 교육정보화위원회에 제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건강기록부가 빠지면 보건 업무는 NEIS 본래의 취지에 맞게 처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교조는 “보건교사들의 요구는 보건 업무가 교무·학사 업무와 연계돼서 처리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일 뿐 NEIS에 꼭 포함하라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NEIS는 교육재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일선 학교의 회계자료를 입력하도록 했으나, 사립학교는 예외로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립학교는 법적인 근거가 없기 때문에 공립학교만 적용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사립학교가 고교 전체의 절반을 넘는 현실을 고려하면 재정 투명성을 높인다는 NEIS의 본래 취지는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사진/ 전교조는 교육부의 강공책에 맞서 NEIS 입력 거부 선언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전교조는 교육부가 NEIS를 강행할 경우 위헌소송을 낼 방침이다.(류우종 기자)

대학에 행동통일 주문 … 서울대 등 반발

전교조는 이번 기회에 학생들의 신상정보를 CD로 제출하는 것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육부는 지난 1998년부터 수험생의 정보를 CD로 만들어 각 대학에 제공해왔는데, 이에 따른 부작용이 만만치 않았다. 서울의 한 고교 진학담당 교사는 “대학입시에서 떨어지면 곧바로 그 학생에게 입시학원의 안내 편지가 배달된다. 이는 대학에서 학생 정보를 학원가에 유출하지 않았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일부 기업체의 입사 면접시험에서 고교 생활기록부 자료가 활용되기도 했다. 전교조 송원재 대변인은 “최근 인터넷으로 학생들이 직접 자신의 정보를 입력하게 하는 대학들이 많은데, 이 경우 학생생활기록부는 원본과 입력 내용이 같은지 확인하는 용도로 사용될 뿐”이라며 “그렇다면 굳이 CD로 만들지 않고 해당 학생의 자료를 출력물 형태로 제공하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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