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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섹션 : 이슈추적 | 등록 2003.10.01(수) 제478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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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9 · 11 이후 세계의 반테러법] 테러 공포에 인권은 없네 9·11테러는 각 나라 정보기관에게 있어 냉전 이후 초라해져 가는 자신들의 위상을 단번에 일으켜세워준 ‘고마운’ 사건이었다. 각국 정보기관들은 테러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을 이용해 시민의 자유권을 약화하고 정보기관의 권한을 강화하는 법을 새로 만들거나, 기존 법률을 개정했다. 직접적 피해자인 미국은 9·11 직후 ‘애국자법’(Patriot Act)을 제정해 시민의 자유권 제약에 나섰다. 이 법은 용의자의 자산을 비밀리에 수색해 증거를 압수하고, 용의자들에게는 법원의 영장발부 사실을 추후에 통보해주는 등 테러 및 범죄수사에 관한 광범위한 권한을 법무부에 부여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연방수사관들이 법원의 승인 없이도 용의자나 증인을 소환할 수 있는 ‘제2 애국자법’(Patriot Act Ⅱ) 추진에 나서 또 다른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영국은 최근 무기박람회에 반대하는 시민운동가에게 ‘반테러법’(Anti-Terrorist Law)을 적용해 시민사회의 거센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으며, 중국은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독립요구를 짓밟는 명분으로 ‘반테러’를 들고 있다. 스페인 정부 역시 ‘반테러’의 세계적 추세를 들어 바스크 분리주의자들과 그 지지자들을 탄압하는 한편, 이민자들과 망명객, 난민 등에 대해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그러나 이를 둘러싼 인권침해 논란도 뜨거워지고 있다. 미국의 인권단체인 미국시민자유연맹(www.aclu.org)은 최근 연방수사국 요원에게 비밀수색 등을 허용하는 애국자법 조항이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며 연방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인권단체인 휴먼라이트워치(www.hrw.org)도 지난 3월 ‘반테러의 이름으로-전세계에서 일어나는 인권침해’라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과 영국, 중국, 스페인 등 10개국에서 반테러의 이름으로 일어나는 인권침해 현장을 고발하며,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국제연합인권위원회의 대표단과 조사단원 등도 지난 6월 성명을 통해 “테러리즘과의 전쟁이라는 명분으로 인권운동가들이 위협당하고 있으며, 이주노동자와 난민, 조국의 주권을 위해 싸우는 이들, 경제세계화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 등 사회·경제적 약자집단이 반테러의 표적이 되고 있다”며 “대테러 정책은 반드시 국제적인 인권기준 아래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처럼 미국을 중심으로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신공안 정국의 망령이 우리나라에서는 테러방지법으로 현실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계수 울산대 법학과 교수는 “현재 세계에서 일어나는 테러의 대부분은 미국의 일방주의에 반대하는 국제테러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우선 한국이 국내 테러조직이 존재하는 나라인지 혹은 이슬람 테러세력이 주된 목표로 삼는 나라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부터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국정원이 테러방지법 제정을 서두르는 이유는 결국 세계적인 공안 분위기를 이용해 자신들의 조직 위상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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