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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수사, 대검이 놀라다 재신임 파동으로 이어진 SK 비자금 사건… 대통령과 직접 연루 가능성은 낮아
“이번 수사는 사심 없이 하는 것이다. 그러니 너무 예단하지 말고 추측기사 쓰지 말아달라. 우리로선 각오하고 하는 것이다. 목이 반쯤 달아나지 않았나.” 10월9일 오전 9시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실. 안대희 중수부장의 너스레에 출입기자들은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SK비자금 수사 진행 상황을 브리핑하는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 자리였다. 안 중수부장이 ‘목’을 언급한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집사’격인 최도술 전 대통령비서실 총무비서관의 이름이 수사과정에서 불거져나온 것을 빗댄 얘기였다.
부정적 영향은 한나라당에 집중될 수도
전날인 8일 한나라당 국감대책회의에서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는 “안대희 중수부장은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최고 실세”라고 추켜올리면서 대검 중수부에 신뢰를 표시했다. 최 대표의 발언은 ‘수사를 공정히 해달라’는 부탁과 ‘계속 지켜보겠다’는 경고의 의미를 함께 지녔다. 한나라당 최돈웅 의원(대선 당시 재정위원장)이 받고 있는 혐의가 심상치 않다는 사실이 흘러나올 시점이라서 더욱 그랬다. 검찰로서는 대통령과 야당을 동시에 견제할 수 있는 ‘꽃놀이패’를 들고 있었던 셈이다.
애초 검찰은 이번 사건을 선거 때마다 불거져나오는 ‘기업자금의 정치권 유입’이라는 고질병에 메스를 대는 계기로 삼을 작정이었다. 대선자금 전반을 살피는 전면적인 수사는 아니더라도 여야는 물론 현직 대통령 측근까지 포함돼 있는 사건의 기본 구도로 볼 때 정치권 전체에 경각심을 줄 수 있는 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사건의 기본 구도는 정당쪽으로만 보면 ‘지난 대선 국면에서 SK쪽이 한나라당에는 ‘풀베팅’하고 민주당에는 ‘보험’을 들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혐의가 확정된 상태가 아니고 사건의 전말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이번 사건의 부정적 영향은 한나라당에 상대적으로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검찰이 사실상 공개한 한나라당 유입 비자금 액수는 100억원이다. 그것도 모두 현찰로 받았다는 얘기가 나온다. 비상식적으로 비칠 정도로 액수가 크다. 안 중수부장은 한나라당 최 의원의 혐의와 민주당 이상수 의원의 혐의를 비교하면서 “죄질이 다르다”고 못 박았다. 한나라당 최 의원에게는 출국금지를 내린 데 반해 민주당 이 의원에게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점도 똑같은 맥락에서 설명이 이뤄진다. 더욱 결정적인 발언 역시 안 중수부장의 입에서 나왔다. 그는 “아무튼 셋(최 의원, 이 의원, 최도술 전 비서관) 중에 한명이 엄청 받았다”고 말했다. 이 정도 표현이라면, 적어도 수억원~수십억원 규모라고 추산된다. “엄청 받았다”는 얘기로 ‘개인적인 유용’ 가능성을 강하게 암시한 셈이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확대 가능성은 희박
검찰은 현재 한나라당에 유입됐다고 알려진 현금 100억원이나 민주당에 유입됐다는 25억원(10월10일 법무부 국감 당시 이상수 의원의 주장) 모두 ‘전액이 영수증 처리 되지 않은 불법 정치자금’으로 보고 있다. 한나라당의 경우 한 기업에서 받았다고 하기에는 액수가 너무 커 대선 직후 선관위에 신고된 액수가 실제 모금하고 사용한 액수에 크게 못 미치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이 터져나오고 있다. 최 의원은 “100대 기업에 일일이 전화를 걸었다”고 확인해 의혹을 증폭시켰다. 민주당 역시 이상수 전 사무총장이 올해 3월부터 몇번에 걸쳐 밝힌 대선자금 관련 해명이 전혀 설득력이 없고 모순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 의원의 기존 설명대로라면 SK쪽에서 받은 돈이 전체 후원금 총액(지난 7월 대선 후원금이 모두 145억원이며 이 중 법인과 개인 후원금은 74억5천여만원이라고 밝힘)의 30% 안팎으로 계산된다. 민주당 전체 내역을 큰 폭으로 축소 신고한 의혹이 짙게 배어나온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나온 의혹만으로도 대선자금 전반을 철저히 수사하라는 여론이 불거져나올 만하다. 그러나 재신임 정국이 격화되는 국면에서 검찰이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이 부분의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희박하다. 최도술씨의 수사과정에서 빚어질 정치적 공방을 예상해보면 검찰이 대선자금 전반을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할 현실적 ‘고리’가 마땅하지 않은 것이다. 최씨의 혐의는 노 대통령의 재신임 국민투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일단 최씨의 혐의가 ‘알선수재’(공무원이나 금융기관 임·직원의 직무와 관련한 일을 잘 처리해주도록 알선해주는 대가로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요구·약속한 범죄)인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린 상태다. 최씨쪽에서 받은 돈이 11억원에 이른다고 알려졌으나 받은 액수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SK쪽과의 관계에서 좀더 주도적인 역할을 한 사람은 최씨의 공범 관계인 고등학교 선배 이아무개씨”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최씨는 대선 당시 부산 지역의 민주당 선대본부에서 자금과 관련한 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의 변호사 시절부터 사무장으로 함께 한 부산 지역의 ‘마당발’이었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 자금을 모집하고 쓰는 데 주도적인 구실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활약’ 때문에 노 대통령 당선자 시절부터 최씨는 노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비쳐졌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최씨와 관련한 두 가지 일화를 소개했다. “노 대통령 당선자 시절 당선자와 선을 대고 싶어하는 대기업 관계자들이 두 사람을 찾았었다. 한 사람은 부산 지역 인사이고 또 다른 한 사람이 최씨였다. 청와대에 근무할 때도 부산 지역에서 각종 민원사항을 들고 청와대로 찾아오는 부산 사람들을 만나서 얘기를 듣는 역할도 최씨가 했다.”
“최도술씨 혐의와 사용처 모두 확인”
검찰은 최씨의 수사내용에 대해 “최근에 혐의가 확정됐고 사용처도 확인됐다” “대선과는 관련 있는데 대선자금 명목은 아니다” “혐의 확정을 위해 10월 초 검찰 수사관과 검사가 부산에 다녀왔다”는 등의 사실을 공개했다. 지금까지 공개된 내용을 종합해보면 검찰은 최씨를 형사처벌하는 데 자신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직접 연루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은 낮다. ‘노 대통령과의 관련 여부’를 두고 검찰 고위관계자는 수사 초기 단계부터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암시했다. 최씨의 혐의는, “대선과 관련 있다”는 점과 “혐의 확인을 위해 검찰 수사관과 검사가 부산에 직접 갔다”는 점과 직접 관련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최씨가 SK쪽에서 받은 돈을 대선자금으로 생긴 채무를 갚는 데 썼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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