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양숙씨 투기 의혹 보도하자 취재불응 선언… 출입은 허용해도 고급정보 못팔게 하겠다?
청와대와 <동아일보>가 단단히 한판 붙었다. 노무현 대통령 부인 권양숙씨의 부동산 투기 의혹 보도를 계기로 청와대가 동아에 대한 취재불응을 천명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사태의 발단은 동아가 9월19일치 1면 머리기사로 권씨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제기하면서 비롯됐다. 동아는 “권씨가 1996년 부산 남구 대연동에 있는 자신의 토지를 건설회사에 판 뒤 이 회사가 지은 32평형 아파트를 분양받아 다른 사람에게 미등기전매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사진/ “참여정부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적대감이나 악의의 발로”라며 공개적으로 <동아일보>를 비판한 이병완 청와대 홍보수석.(청와대사진기자단)
뉴스성 떨어지는 1면 머리기사
이에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권 여사가 땅을 6755만8000원에 아파트 부지용으로 장백건설에 매도한 뒤 계약금(670만원) 이외의 돈을 아파트 분양대금에서 받기로 했으나 분양이 저조하자 건설회사가 담보조로 미분양 아파트 1채 분양권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장백건설이 이 아파트를 다른 사람에게 분양한 뒤 매매잔금을 권 여사에게 치른 것으로, 불법 미등기 전매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이 의혹은 김문수 한나라당 의원이 일찌감치 주장한 바 있으며, <세계일보>가 지난 5월 비슷하게 보도해 뉴스성은 떨어지는 편이다. 따라서 투기 의혹 자체에 대한 시비와 함께 언론의 의도적·악의적 보도 여부가 또 다른 쟁점으로 떠오른 상태다.
이에 이병완 청와대 홍보수석은 9월21일 “참여정부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적대감이나 악의의 발로가 아니라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공개적으로 동아를 비판했다. 그는 “유일하게 문제가 된다면 공직자 재산공개 누락 부분인데 굳이 이를 기사화하려면 기사밸류에 맞게 기사를 게재하는 게 옳다”며 ‘악의적인 의혹 키우기’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동아가 다른 보수신문들에 비해 청와대를 향한 ‘공격적 보도’ 강도가 유달리 심했던 것으로 받아들인다. 노 대통령 취임 이래 청와대가 낸 21건의 언론중재 신청에서 5건을, 소송 6건 가운데 3건을 동아가 차지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가 동아 기자들의 취재에 응하지 않는 방법을 택한 배경도 관심을 끈다. 그동안의 언론중재, 소송을 넘어서는 나름의 ‘신무기’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한때 동아 기자의 청와대 출입을 막는 방법도 검토했다. 1992년 대선 때 정주영 총재의 국민당이 <조선일보> 기자 출입 금지 조처를 취한 바 있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출입 저지의 경우 언론탄압 소지가 있다”며 “대신에 동아에게도 다른 언론사와 똑같이 브리핑룸 등 개방된 공간의 취재는 보장하되, 개별적인 전화 및 접촉을 통한 추가정보 요구에는 불응함으로써 취재원으로서의 최소한의 ‘자위권’을 행사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 판가름 날 것
이런 방법은 자신들에게 적대적 보도를 계속하는 신문이 청와대의 고급정보까지 챙겨 독자들에게 팔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생각으로 풀이된다. “‘조지는’ 것까지야 못 막더라도 최소한 그 신문을 장사시켜주진 않겠다”며 ‘시장원리’로 부닥쳐보자는 발상이다.
어쨌든 동아는 9월22일치 지면을 통해 “기사의 (크기) 판단은 언론의 몫” “권력주변 감시는 언론의 임무”라며 정면대응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취재원쪽에서 “당신들에겐 더 이상 고급뉴스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뜻을 천명한 가운데, 해당 신문은 그래도 취재는 계속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사태의 향배도 ‘뉴스시장’에서 최종적으로 판가름 나게 됐다. 오보냐 아니냐를 놓고 법정에서 시비가 가려지던 종전의 취재원언론매체간 다툼과는 다른 새로운 관찰거리가 만들어진 셈이다.
박창식 cspcs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