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통 검사들이 거의 예외 없이 꿈꾸는 자리. 대검청사 703호 중앙수사부장실의 지금 주인은 안대희(48·사시 17회) 검사장이다.
이를테면 ‘칼잡이의 지존’ 격이지만, 주변에서 붙여준 별명은 ‘미스터(Mr.) 빈’이다. 외모가 영국의 인기 코미디 프로 <미스터 빈>의 주연배우 로완 앳킨슨을 닮았대서다. 평소 그는 말끝에 “허허허…” 하는 특유의 웃음을 달고 산다. 그렇지만 희극적인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조금 급한 성격에, “쫀쫀하다”는 일부 평이 있을 정도로 꼼꼼하다.
수사도 딱 그렇게 한다. 지난 4~6월 나라종금 로비의혹 수사 때는 “이번 사건의 주임검사는 안대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일일이, 직접 수사 상황을 챙겼다. 남다른 일 욕심이 원인이다. 이런 면모 탓에 “그릇이 작다”는 일부 평가를 불러들이고 있다.
약관 20살에 사법시험을 통과해 25살에 ‘최연소 검사’, 임관 6개월 만에 서울지검 특수부 배치로 시작되는 그의 검사 이력은 인천·부산 특수부장-대검 중수3·1과장-서울지검 특수3·2·1부장 등으로 이어진다. 한마디로 특수 검사의 전범에 가깝다.
‘전적’(戰績)도 화려하다. 중수부 과장 때인 1994~95년에는 평민당 최락도·박은태 의원을 수뢰 혐의로 구속했다. 서울지검에선 △시내버스 탈세 △건설 설계·감리업체 담합 △학원 탈세 등 구조적인 비리 사건을 처리했다. 이즈음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기획수사’- 비판자들은 ‘투망식 수사’라고 한다- 의 틀이 잡혔다.
동시에 검사장 승진에서 연거푸 물을 먹는 원인도 됐다. 한발 물러서거나 돌아갈 줄 모르는 수사 태도는 그 자신을 조금씩 상층부의 눈 밖으로 밀어냈다. 외부의 청탁을 들어주지 않는 자세도 험담을 자초했다. DJ정권과 당시 검찰 상층부는 “안대희는 부담스럽다”는 인식을 거두지 않았다. ‘3수’ 끝에야 비로소 검사장이 된 그는 “인생을 많이 배웠다”고 말한다.
이번엔 너무 많이 둥글둥글해진 탓일까. 그는 지난 5월 나라종금 로비의혹 수사 때 노무현 대통령 측근 안희정씨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직후 “대통령의 신임도 잃게 생겼고…”라는 뜻밖의 말을 토해냈다. “안 검사장이 훌륭한 검사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만나보니 (그런 평가가) 크게 다르지는 않았지만, 언젠가 한번 호되게 대가 꺾였던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 한 고위 당국자는 ‘검사장 안대희’를 그렇게 평했다.
강희철 기자/ 한겨레 사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