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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섹션 : 이슈추적 | 등록 2003.08.07(목) 제471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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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북핵도 맞들면 나을까 6자회담 개최 합의로 사태 해결 돌파구 마련… 북·미 입장차 재확인에 그치면 상황 악화될 수도
‘잘되면 고속도로, 잘못되면 천길 낭떠러지.’ 우여곡절 끝에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개최가 합의되었으나 낙관은 일러 보인다. 북핵 문제는 한반도 문제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핵문제의 해결은 곧 지구상 마지막 냉전의 고도로 남아 있는 한반도의 냉전체제 붕괴를 뜻한다. 하지만 북-미간 기존 견해 차이만 재확인하는 6자회담이 될 경우 한반도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일촉즉발의 블랙홀로 빨려들어갈 수 있다. 부시 행정부는 외교적 노력이 실패할 경우에 대비해 만반의 조처를 이미 취해놓은 터다. 북핵 문제의 유엔(UN) 안보리 상정,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을 통한 해상 봉쇄, 새로운 작전계획 5030의 수립, 경수로 건설 중단 등 촘촘한 그물망을 쳐놓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6자회담 개최 사실만이 장밋빛 전망의 근거가 될 수는 없을 듯하다. 더구나 부시 정부의 매파들은 북한의 전격적 6자회담 수락의 배경으로 그간의 강경정책이 비로소 먹혀든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정황을 감안하면 미국이 양보할 여지는 여전히 매우 좁아 보인다.
파국의 불씨 ‘6자회담 속의 양자회담’
한국 정부는 남북한을 비롯한 미·일·중·러가 일단 만나면 북한이 구두로 핵 폐기를 선언하고, 미국도 체제안전보장 의사를 표명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또 북한 핵과 미사일, 경제지원, 수교 등을 포함한 포괄적 의제를 일괄타결하고 각국이 단계적으로 이행하는 해법을 미국과 일본 정부에 제시해 일본의 동의는 얻었고, 미국은 여전히 심사숙고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쪽 기대와는 달리 부시 행정부의 외교안보팀들은 포괄적 합의 방식에 대해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이는 스콧 맥클레런 백악관 대변인이 8월1일 “북한이 영원히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 방식으로 핵무기 프로그램을 종식시키면 국제사회로부터 많은 이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북한이 먼저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밝힌 데서도 엿볼 수 있다. 북한은 ‘동시조처’를 주장하고 있는 데 비해 미국은 요지부동이다. 북한의 선 핵포기를 요구함으로써 현격한 견해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또 회담 형식과 관련해서도 여전히 ‘불안한 봉합’이 감지된다. 이수혁 외교통상부 차관보는 8월1일 북한의 6자회담 수용 직접 통보 사실을 공개하면서 “이제 결실을 보는 단계”라며 “(북쪽 통보 내용에) 중대한 전제조건이나 걸림돌이 붙어 있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은 같은 날 저녁 외교부 대변인의 질의응답 형식으로 ‘6자회담 속 쌍무회담을 (미국쪽과) 협의 중’이라고 분명히 밝혔기 때문이다. 이는 사실상 한국 정부쪽 주장과는 달리 북한이 기존 양자회담 요구를 접지 않았음을 강하게 시사한다.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우리는 조-미 접촉에서 3자회담을 거치지 않고 직방 6자회담을 개최하며, 거기에서 조-미 쌍방회담을 진행할 데 대한 새로운 제안을 내놓았다”면서 “우리의 제안은 지금 협의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7월31일 뉴욕에서 조-미 접촉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결국 북한이 6자회담의 전격 수용을 발표한 것은 미국이 북한쪽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북한쪽 주장대로 양자회담이 열릴지는 매우 불투명하다. 우선 부시 행정부는 ‘양자회담’보다는 ‘양자접촉’ 정도에 응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그것도 공식 접촉이 아니라 6자회담을 진행하면서 곁가지로 기회가 닿으면 ‘비공식적’으로 북쪽 대표들과 얘기를 나눌 수 있지 않겠느냐는 식이다. 스콧 맥클레런 백악관 대변인은 8월1일 양자접촉과 관련해서 “(6자)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북한 또는 어떤 당사국도 다른 당사국과 직접 얘기를 나눌 수 있다”며 모호한 어법을 구사했다. <워싱턴포스트>는 8월2일치에서 한 중국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북-미를 제외한 나머지 네 나라 대표들이 쉬는 시간에 화장실에 가, 회의실을 떠나면 북-미 대표간 비공식적 접촉을 가질 수 있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한마디로 부시 행정부쪽 입장은 본질적으로 6자회담에 큰 비중을 두고 있으며, 북-미 양자접촉이 방해가 돼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이에 반해 북한은 6자회담틀 내 양자회담에 큰 기대를 걸고 있어 양국간에 여전히 좁힐 수 없는 간극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6자회담이 열리더라도 양자회담이든 접촉이든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북한이 회담장을 박차고 나올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북한의 회담 수용에 미국이 답해야
그렇다면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핵문제를 대화와 협상으로 풀 의지는 있는 걸까. 지금의 대북정책은 여전히 부시 행정부의 매파들이 장악하고 있으며, 이들의 뿌리 깊은 부정적 대북 인식은 협상이나 정책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미국이 6자회담틀 내에서 북한과 양자접촉을 하겠다는 쪽으로 한발 물러선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 북한과는 대화와 협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대라는 자신들의 지론을 입증할 기회로 삼으려 할 가능성도 커보인다. 그간 미국 조야에서는 북한과 제대로 협상다운 협상을 시도하지 않아 북핵 문제를 더욱 악화시켰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고, 중국과 한국 등 관계 당사국들이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점도 큰 정치적 부담이었다. 따라서 부시 행정부는 어떻게든 북한과의 한두 차례의 추가 접촉은 불가피했다. 하지만 미국은 6자회담을 수용하면서도 북한의 선 핵폐기나 양자회담 거부 등 기존의 핵심 주장을 고수함으로써 북한이 양보할 수 있는 범위를 축소시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북한은 철저히 대북 적대정책을 포기하는 정도 만큼 자신들도 미국의 안보우려 사안을 해소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부시를 비롯한 행정부 매파들은 이전 클린턴 정부의 대북정책 실패요인을 미국 혼자서 북한과 협상하고 합의했기 때문으로 파악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8월1일 브리핑에서 “우리는 김정일과 양자협정을 맺는 것을 매우 우려해왔다”면서 “이는 김정일이 이전 정부(클린턴 정부)에 진실을 말하지 않은 사실 때문”이라고 불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새로운 전략을 채택했는데, 이는 특히 중국을 (북핵 문제에) 관여시키는 것”이라고 밝혀 다자간 접근을 핵문제 해결의 핵심 수단으로 채택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부시 행정부가 중국을 북한 설득용이든 압박용이든 가장 유용한 카드로 파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최근 북한은 북핵 문제를 둘러싼 중국 후진타오 정부의 친미적 태도에 대해 상당한 경계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파악하고 있다. 최근 부시가 후진타오 중국 주석의 북핵 중재 역할을 극찬하며 유난히 추켜세우고 있는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따라서 앞으로 6자회담에서 중국이 공정한 중재자나 북한 후견인의 역할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드러낼 경우 6자회담의 결과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역할에 관심… 누가 나올 것인가
미국쪽에서 6자회담 대표로 누가 나오느냐도 관심사다. 부시 행정부의 매파들은 존 볼튼 국무부 군축 및 국가안보 담당 차관을 은근히 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럴 경우 회담의 조기 파탄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그는 최근 중국-한국-일본을 돌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제왕처럼 살고 있으며, 주민들은 지옥 같은 악몽 생활을 하고 있다고 자극적 언사를 서슴치 않고 사용하였다. 북한도 이에 발끈하며 8월3일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북한) 정부는 이제 그(존 볼튼)를 더 이상 미국 행정부의 관료로 간주하지 않으며, 그와 협상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분노를 표시했다. 어렵사리 6자회담은 열리게 됐지만 북한이 헤쳐나갈 길은 여전히 가시밭길 투성이인 셈이다.
임을출 기자 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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