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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에 안전핀 꽂을까 미국의 태도 변화로 6자회담 기대 높아져… 대타협 기류 형성에 중국도 영향력 행사할 듯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대장정에 들어갔다. 1차 회담은 8월27일부터 사흘간 베이징에서 열린다. 과연 이번 회담에서 대타협의 단초가 마련될 것인가. 현재로선 안갯속이다. 북한과 미국이 기존 입장에서 얼마나 양보한 안을 들고 나오느냐가 관건으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은 “아마 미국은 마지막 날까지 씨름하다가 베이징 회담 전날쯤 우리(한국)에게 연설 초안을 넘겨주지 않을까”라고 전망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회담 직전까지 회담 전략을 노출시켜서는 안 된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의 미묘한 변화 기류가 탐지되긴 한다. 물론 북한이 만족할 수준은 아니다.
북한 유인하려고 선심성 정책 내놓아
북한이 체제보장 방안으로 미국에 제시한 불가침조약 수준을 고수할 것인지가 최대 관심거리다. 북한의 불가침조약 체결 요구가 단지 협상용 기대치인지, 아니면 그 아래 수준의 목표치를 갖고 있는지는 불확실하다. 북한은 일단 이런 미국의 태도변화에 겉으로는 시큰둥하다. 무엇보다 미국 내 강온파의 역학관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듯하다. 국무부 중심의 대북 협상파들의 제안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강경파의 준동에도 잔뜩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꼴이다. 북한이 최근 6자회담을 앞두고 미국과 일본이 회담에 중대한 난관을 조성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나선 데서도 짐작할 수 있다. 북한 관영 매체들은 미국이 북한을 겨냥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비핵 문제인 인권문제와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를 6자회담에서 제기하려 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는 부시 행정부가 6자회담에서 핵문제 외 다른 의제를 상정할 가능성을 암시하면서 동시에 북한도 미국의 압박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또 북한은 일본이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자리에서 일본인 납치 문제를 제기하려는 일본 당국의 입장에 대해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우리 공화국의 진지한 노력과 성의에 대한 우롱이고 모독”이라면서 “이를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 정부 관계자도 일본인 납치 문제가 화약고가 될 수 있음을 인정했다. 6자회담이 순탄하지 않음을 예고하는 징후들이다.
섣부른 기대 금물… 동북아 안보에 영향
한국 정부는 마치 살얼음을 걷는 기분인 듯하다. 이번 다자회담이 워낙 유동적이고 변수가 많아 미리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탓이다. 대타협의 관건을 북-미가 쥐고 있긴 하나, 중국이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회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북-미간 입장이 평행선을 달릴 것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이라 특히 중국의 회담 전략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북한 핵위기가 중국의 국익에도 심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고 인식하면서 조기 타결을 모색하고 있는 중국이 이번 6자회담에서 북-미 간 대립을 그냥 팔짱만 끼고 지켜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이 8월22일 “이번 회담에서 조정자이자 사회자인 중국이 어떤 태도를 갖느냐에 따라 회담이 잘될 수도 있고, 위험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달라진 막강한 비중을 감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윤영관 외교부 장관은 8월20일 “핵문제의 속성상 한두번의 회담으로 해결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며 “결과를 지나치게 낙관 혹은 비관하기보다는 긴 해결과정이 이제 시작됐다는 평가가 가장 정확하다”고 말했다. 주변 각국이 6자회담 방식이 핵 등 한반도 문제를 푸는 데 유익한 틀이라는 공감을 표시해 회담의 정례화를 합의한 뒤 다음 회담 일정 정도 잡는 게 1차 목표라는 이야기다. 한국 정부는 장기적으로 6자회담이 동북아시아 다자안전보장체제의 기초가 되었으면 하는 희망도 갖고 있다.
더이상 협상을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
북한 지도부는 이번 6자회담이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나고 또다시 미국과의 대화 단절이 초래될 경우를 크게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금 미국 강경파의 발목을 잡고 있는 이라크 전후처리 등 중동 질서가 안정적으로 재편되고, 이를 바탕으로 부시가 내년 재선에 성공한다면 미국 내 대북 협상파의 입지가 크게 축소되어 북한도 더는 기회를 포착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이번 6자회담은 한번에 끝나기보다는 몇 차례 더 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크다. 북한과 미국 내 대북 협상파 모두 어떻게든 협상을 통해 핵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해, 그렇지 않을 경우의 끔찍한 충돌 시나리오에 직면하기를 원치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임을출 기자 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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