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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섹션 : 이슈추적 | 등록 2003.07.31(목) 제470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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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검찰은 호시탐탐 반격 노린다 환영받은 한총련 수배해제 조치… “7·8월에 폭력사태 또 일어나면 공안부는 만세 부를 것”
“사실 우리는 이렇게까지 좋은 반응이 나올지 몰랐다. 보수와 진보 양쪽 모두에서 욕을 먹을 줄 알았는데….” 검찰의 한 고위 관계자는 한국대학생총학생회연합(이하 ‘한총련’) 문제에 대한 검찰 공안부의 ‘수배해제’ 방침이 처음 발표된 뒤 나온 외부의 반응들을 두고 이렇게 평했다. 검찰 관계자의 말대로 한총련 문제에 대한 검찰의 방침이 발표된 뒤 “한총련 수배자 해제 문제와 합법화를 위한 긍정적인 첫걸음”이라는 반응이 주류를 이뤘다.
“새롭고 전향적인 조처”
검찰 발표는 △한총련 5~10기 관련 수배자·피내사자 152명 가운데 79명을 먼저 불구속 수사하고 △한총련 의장단과 총학생회장, 중앙위원 이상급은 일반 형사범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불구속 수사 대상에서 제외했으나 자수하고 반성할 경우 불구속 수사 등 최대한 관용조치를 취할 것이고 △11기 한총련에 대해서는 대의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일괄적인 수배조치를 하지는 않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번 조처가 의미 있는 것은 무엇보다 한총련 대의원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수배조처를 해온 수사기관이 이전의 형사처벌 기준을 더 이상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는 데 있다. 10기 이전 한총련과 11기 한총련을 분리 처리했지만 결국 이 기준은 상대적으로 일관되게 적용됐다. 10기 이전 간부들 가운데서도 한총련 대의원에 가입했다는 이유만으로 수배된 이들은 수배를 해제했고, 이를 준용해서 11기 한총련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사건이 벌어지기 전까지 대의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수배조처를 취하는 일을 없을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한총련은 정재욱 의장의 성명을 통해 “늦었지만, 한국사회 인권보장과 민주주의 발전의 새 지평을 여는 적절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새롭고 전향적인 조치”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한총련은 특히 11기 한총련부터는 대의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일괄 수배하는 관행을 종식하기로 한 것에 가장 큰 의미를 뒀다. “실질적인 한총련 합법화를 실현했다”는 게 한총련 11기의 평가다. 시민·인권단체들도 “지난 6년 동안 매년 새로운 기수의 한총련 출범과 더불어 관행에 따라 무조건 이적단체로 규정하고, 일괄적으로 소환장을 발부하던 방침을 수정한 전향적인 조치”이며 “1997년 한총련에 대한 이적규정이 내려진 이후 지금까지 계속되었던 탈퇴 강요에 따른 양심의 자유 침해, 학생 자치권 탄압이라는 논란에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조치”라며 환영했다. 이같은 반응이 나오게 된 배경과 관련해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 조처를 이끈 당사자가 강금실 법무부 장관이었다는 점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게 된 주요한 요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강 장관이 검찰 공안쪽의 강경한 입장과 시민사회의 강경한 입장 사이에서 인내를 가지고 설득작업을 벌인 것이 부작용을 최소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 장관은 사실 이번 조처에 포함된 핵심내용들을 이미 지난 5월 중순께 발표할 계획이었다. 내용를 준비하고 발표 시기를 조율하다가 이른바 ‘5·18 광주항쟁 기념식 참석사건’이 일어나자 발표 계획이 무기한 연기됐던 것이다. 강 장관의 이같은 행보는 물론 노 대통령이 지난 3월 ‘한총련 이적단체 규정 검토’ 지시를 계기로 본격화한 측면이 크다.
강금실 장관의 뚝심 있는 설득
5월 중순 이후 강 장관은 한총련 문제를 풀기 위해 나름대로 시민사회의 의견을 듣는 한편 검찰 공안부의 기존 시각을 바꾸기 위해 설득작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공안쪽 검사들과 토론을 벌이면서 서로의 시각을 확인하는 작업도 꾸준히 벌였다. 한 관계자는 “이 과정에서 강 장관은 자기 주장을 계속 꺾지 않는 검사를 보면 ‘당신이 바로 한총련 학생들하고 똑같은 사람이다. 남의 의견을 받아들일 줄 모른다’고 농담할 정도로 허심탄회한 토론이 벌어졌다”고 귀띔했다. 시위사건의 여파가 가라앉고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 판단한 강 장관은 다시 한번 발표 시기를 조율했다. 그러나 이번 발표 직전에도 법무부와 검찰 공안부 사이에 발표 내용을 둘러싸고 힘겨루기가 벌어졌던 정황이 포착됐다. 한총련 11기 핵심간부 44명을 소환하겠다는 경찰청의 발표가 7월22일 나온 것이다. 애초 한총련 11기에 대한 법무부쪽 입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총련 대의원이라는 이유로 일괄 수배하지 않고 구체적인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지켜보겠다”는 것이었다. 공안사건의 처리방침에 대해 경찰청이 독자적인 발표를 할 수 없다는 점으로 미뤄볼 때 이는 대검 공안부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검찰의 한 고위 관계자도 “경찰의 발표는 대검 공안부쪽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고 확인했다. 사태가 벌어지자 법무부와 검찰 관계자들은 “법무부와 수사기관 사이에 한총련 문제에 대해 이견은 없다”고 해명하고 나섰지만, 이 사태는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 공안부의 ‘항명성’ 해프닝 성격이 강하다.
검찰 공안부는 아직도 이해 못한다
“검찰 공안부는 강 장관의 이번 조처에 대해 아직까지 정서적으로는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색안경을 끼고 삐딱하게 보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한총련은 강령이나 이적성이 변한 것이 없는 명백한 이적단체인데 왜 쓸데없는 조처를 해서 혼란을 가중시키느냐는 것이다. 5월에도 광주에서 망월동 시위사건이 벌어지자 대검 공안부는 만세 분위기였다.” 검찰 관계자는 공안부쪽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이번 조처가 한총련 문제를 전향적으로 푸는 실마리를 제공하긴 했지만, 앞으로도 만만찮은 문제들이 남아 있다. 7월 말에서 8월 중순으로 이어지는 한총련의 반미·통일투쟁 과정에서 폭력사태가 벌어지게 되면 검찰은 여론을 등에 업고 이전 상황으로 급속히 회귀할 가능성도 있다. 한총련은 물론이고 법무부·검찰 안에서 이같은 문제해결 방식을 주장하는 이들이 절대 다수가 아니라는 점도 위험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법무부 장관의 정책 방향에 대해 호시탐탐 반격의 기회를 노리는 검찰 공안부의 존재나, 한총련 중앙의 방침이 기회주의적인 것이라고 비판하는 학생운동 일각의 목소리를 눈여겨볼 일이다.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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