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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섹션 : 이슈추적 | 등록 2003.07.17(목) 제468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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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진범 있어도 재심은 없다? 전북 익산 택시강도 살인사건 수감자 석방운동… 진범 입증할 결정적 물증 없어 재심까지 험난
현충일인 지난 6월6일 새벽 1시께 전북지방경찰청 김명중 수사과장의 휴대전화가 갑자기 울렸다. 송완식 전북 군산 경찰서장의 화급한 목소리였다. 내용은 군산 관내 택시강도사건과 관련해 수사를 벌이던 중 전날인 5일 긴급체포한 김아무개(22)씨와 친구 임아무개(22)씨가 3년 전에 발생한 전북 익산 택시강도 살인사건의 진짜 범인이라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전화 내용대로 지난 2000년 8월10일 새벽 전북 익산시 영등동 한 도로에서 익산 ㄷ교통 소속 택시기사 유아무개(당시 42)씨가 흉기에 찔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익산경찰서는 사건 발생 3일 만에 유력한 용의자로 다방 배달원 최아무개(19)군을 검거했다. 최군은 항소심에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은 뒤 형이 확정돼, 현재 천안 소년교도소에서 2년11개월째 복역 중이다.
“경찰의 가혹행위로 허위 자백했다”
익산사건의 진범이 따로 있다는 소식은 6일 아침 일부 기자들에게 알려져 언론에 공개됐다. 긴급체포된 김씨 등은 다음날인 7일 풀려났다. 언론은 축소수사라며 이를 크게 보도했고 진범 논란이 뜨거워졌다. 전북지역 일간지인 <새전북신문>은 6월9일치 신문에서 최군과 벌인 옥중 인터뷰를 소개했다. 이 신문은 인터뷰에서 최군이 경찰로부터 가혹행위를 받았다고 주장했다며 이렇게 보도했다. “최군은 당시 목격자 신분이었다. 그가 작성한 몽타주가 그의 선배 인상착의와 비슷해 선배들이 경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그는 사건 다음날, 취업하기 위해 천안에 가 있었는데, 경찰 조사를 받던 선배들이 억울하다며 전화를 걸어왔다. 검거된 선배들이 경찰의 강압수사를 견디다 못해 전화한 것이다. 선배들이 누명을 쓰는 것을 막기 위해 곧바로 경찰서로 달려갔다. 자신 때문에 맞아 얼굴이 부어 있는 선배들을 경찰서에서 보고 최군은 자포자기 심정으로 허위자백을 할 수밖에 없었다. 형사들이 숙직실 끝방으로 최군을 데려가 뒤로 수갑을 채운 채 경찰봉과 걸렛자루로 구타하기 시작했다. 최군은 죄가 없는데 이래도 되느냐고 항의했지만 믿어주지 않았다.…” 사건이 커지자 경찰은 6월9일 군산경찰서 수사과에서 브리핑을 통해 수사내용을 발표했다. 2002년 9월20일 아침 7시께 전북 군산시 지곡동에서 발생한 택시강도 미제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익산 택시강도 살인사건에 대한 첩보를 6월3일 입수하고 수사를 벌였다는 것이다. 군산경찰서는 이날 “풀려난 새로운 용의자 김씨가 익산 택시기사 살인사건의 범행을 시인했으며, 사건 직후 피묻은 옷을 입은 채 그의 동창생 임씨에게 택시기사를 찔렀다고 말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학생용 가방 안에 있는 흉기에도 피가 묻어 있는 것을 임씨가 봤고 약 10일간 방 안에 숨겨줬다고 진술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경찰은 흉기를 찾지 못하는 등 김씨의 진술을 뒷받침할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고, 최군이 범인으로 이미 확정판결을 받은 상태여서 김씨 등을 풀어줬다”고 설명했다. 사건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천안 소년교도소쪽은 최군과 언론의 면회를 통제했다. 가족이 아니면 만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런 사실을 모르고 일부 언론사에서 최군과의 접촉을 시도했으나 허탕을 쳤다. 아들의 소식이 언론에 보도되자, 최군의 어머니 김아무개(40)씨가 6월10일 전북경찰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어머니 김씨는 “경찰의 주장대로 아들(최군)이 자수를 한 게 아니었다”며 경찰의 강압수사 의혹을 다시 제기했다. 어머니 김씨는 이날 최군이 교도소에서 보낸 편지를 공개하며 최군의 억울함을 주장했다. 최군이 어머니에게 보낸 2000년 9월13일 편지는 이렇게 적혀 있다. “제가 여기까지 와서 거짓말을 하면 저만 나쁜 놈 되는 것 같아요. 어머님, 제 말 좀 믿어주세요. 제가 안 그랬어요. 진짜예요. 이제는 어머님께 진심으로 제 마음을 열어서 말씀드립니다. 어머님, 집에 가고 싶어요. 제발 제 말 좀 믿어주세요.…” 2000년 9월17일 편지에는 “어머님, 제가 편지에 쓴 말(범인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한번만 믿어주세요.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썼다. 또 전주지법 군산지원에서 1심을 선고받은 1주일 뒤인 2001년 2월9일 편지에는 “저를 이렇게 만든 사람들에게 꼭 복수할 것입니다. 어떻게 해서든 그 사람들을 잡고야 말 것입니다”라고 적었다. 최군은 1심에서 살인 및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최군이 엄마·형사에게 보낸 편지의 진실
그러나 최군이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와 정반대 내용으로 익산경찰서 수사과 형사계로 최군이 보낸 편지가 나와 논란을 증폭시켰다. 이 편지는 일부 기자들의 취재 과정에서 발견됐다. 최군이 2000년 9월20일 자신을 조사한 경찰관에게 보낸 편지는 이렇게 적고 있다. “저는 여기서 편안한 생활을 하고 있어요. 제가 형사님들에게 거짓말을 해서 형사님들을 힘들게 한 것을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어요. 형사님들이 말씀하신 대로 저는 군대 온 것처럼 생활을 하고 있어요. 법은 어길 수 없잖아요. 제가 죄를 지었으니깐 그에 마땅한 죄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이 편지의 필체는 육안으로도 최군이 어머니에게 보낸 것과 같아 보인다. 또 문장 끝에 사용한 느낌표(!)가 역삼각형 모양으로 독특하게 처리돼 있어,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와 동일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당시 익산경찰서 경찰관은 강압수사 의혹이 제기되자 “최군이 도주한 지 하루 만에 자수전화를 한 뒤 경찰서로 나왔다”고 해명했다. 의혹이 증폭되자 전북지방경찰청은 6월11일 지방청 수사관 5명으로 사건 전담반을 구성했다. 그리고 새로운 용의자 김씨와 그의 친구 임씨 집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가택수색을 벌였다. 전담반은 친구 임씨 집 침대 매트리스에서 발견된 혈흔을 수거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유전자 감식을 의뢰했다. 그러나 혈흔은 숨진 택시기사 유씨의 것과 다르다는 결과가 통보돼 경찰은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최군 소식이 알려지면서 인권단체에서는 구명운동을 전개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전북지부는 재심청구를 포함한 변호업무 무료 지원을 검토하고 있으며, ‘전북평화와인권연대’는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냈다. 민변쪽은 “수감 중인 최군이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 만큼, 경찰이 새로운 용의자 김씨 등 2명에 대해 영장을 신청하면 재심을 청구해 최군의 무죄를 입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동일 사건에 재심은 한번만 요청할 수밖에 없어 결정적 증거가 없으면 부담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용의자 진술 번복… 미궁에 빠질 수도
인권단체의 이런 노력에도 현재로선 진실 규명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확정판결이 난 데다 3년이 된 사건을 뒤집을 만한 결정적 증거물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새로운 용의자 김씨 등이 처음과 달리 진술을 번복하고 있어 수사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검찰도 영장 청구에 난색을 표명했다. 안종택 군산지청장은 경찰이 전담반을 구성한 이틀 뒤인 6월13일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으나, 이 사건의 해결 열쇠는 새로운 용의자 김씨에 대한 수사에 달려 있으며, 복역 중인 최군 건은 이미 확정판결이 난 것이므로 이를 뒤집을 수 있는 결정적 증거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만약 서울 등 다른 지역에서 새로운 용의자 김씨처럼 이미 끝난 사건을 자신이 했다고 자백하면 확정판결이 난 모든 사건을 다시 수사해야 하는데, 이는 사법파괴”라고 강조했다. 증거가 불충분한 동일 사건에 이중잣대를 적용했다는 지적과 함께, 진범 논란이 제기됐던 이 사건은 시간이 지나면서 미궁으로 빠질 공산이 커지고 있다.
전주= 박임근 기자/한겨레 사회부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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