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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공익성 ‘정면충돌’ 철도 구조개혁 관련 노·정 버티기 속셈… 타협점 찾아도 남은 과제 수두룩
철도 민영화를 둘러싼 노동계와 정부의 극심한 갈등·대립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김대중 정부 시절 내내 철도노동조합은 민영화 저지를 내걸고 격렬한 싸움을 벌였다. 특히 2001년 김재길 노조위원장이 이끄는 ‘민주’ 철도노조의 등장과 함께 철도 민영화 방침은 강력한 저항에 부닥쳤다. 그 뒤 철도 구조개혁 법안 처리는 번번이 뒤로 밀려났고, 결국 노무현 정부까지 넘어왔다.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철도 구조개혁은 새로운 국면으로 바뀌었다. 간단히 말해 철도 민영화 방침은 지난 4월 ‘유보’ 또는 ‘사실상 철회’됐다. 당시 민영화를 뼈대로 한 철도 구조개혁 관련법이 국회에 상정되자, 철도노조는 총파업 배수진을 치고 노정협상에 나섰다. 이 때 맺어진 것이 이른바 ‘4·20 노정합의’다. 당시 노정합의문은 ‘철도개혁은 철도노조 등 이해 당사자와의 충분한 논의와 공청회 등 사회적 합의를 거쳐 추진한다’고 명시했다. 그런데 왜 파업이 또다시 터진 것일까?
사회적 합의 없는 법안 처리가 불씨
우선 노조의 주장대로,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빠진 상태에서 철도 구조개혁 법안이 처리된 것만은 분명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4·20 합의내용은 이번에 제출된 철도 구조개편 법안에 다 반영됐다. 4월30일 대통령이 전례없이 철도 구조개혁 토론회에 참여하기도 했다”며 “그럼에도 노동조합과 ‘충분한’ 대화를 못한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건설교통부도 철도노조에 공문을 보내 ‘철도 구조개혁 입법을 노동조합과 합의되지 못한 상태에서 추진하게 됨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안 처리를 서두를 수밖에 없었던 나름의 이유도 달았다. 애초 일정대로 내년 4월 고속철도를 개통하려면 시간이 촉박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철도노조의 이야기는 전혀 다르다. 올 7∼8월 사회적 합의를 거쳐 9월에 철도 구조개혁 법안을 처리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오건호 정책부장은 “한국철도운영공사 출범은 애초 법안에도 내년 7월로 예정돼 있다. 그보다 먼저 개통되는 고속철도 개통 운운하는 건 핑계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충분한 대화의 부족을 의식한 탓일까? 정부는 이번 파업이 철도 노동자들의 무리한 특혜 요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주장도 펴고 있다. 최종찬 건설교통부 장관은 “철도노조가 연금을 제외하고는 철도구 조개혁 방안에 공감하고 있다”는 말까지 흘렸다. 철도 구조개혁으로 철도 노동자들의 신분은 국가 공무원에서 민간인으로 바뀌게 된다. 이에 따른 공무원연금 및 퇴직금 보장 요구가 파업의 배경일 뿐, 철도노조가 주장하는 철도의 ‘공공성’은 명분에 불과할 뿐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연금과 퇴직금 문제는 대화를 통해 절충점을 찾는다는 원칙 아래 정부와 노조가 서로 논의를 진행해온 부분이다. 따라서 분배적 요구는 전격적인 철도 구조개혁 법안 국회 제출에 맞서 일어난 이번 파업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
철도 공공성 무력화… 노조의 ‘떼쓰기 전술’
철도노조는 정부가 날치기 처리(?)한 이번 철도 구조개혁 법안에 철도의 공공성을 무력화하는 내용이 곳곳에 포함돼 있다고 주장한다. 노조의 요구는 크게 4가지로 △고속철도 건설재정을 정부가 승계할 것 △철도운영공사를 공익성과 독립성을 갖는 철도특별공사(공단)로 바꿀 것 △유지·보수 및 개량사업은 운영부문과 통합할 것 △노인·장애인 할인 등 공공 서비스의 국가부담 원칙을 명시할 것 등이다. 모두 철도의 공공성과 직접 관련돼 있다. 민주노총 오건호 정책부장은 “고속철도 건설에 든 막대한 빚을 신설되는 철도시설공단에 떠넘기면 ‘구조개혁된’ 철도산업은 부채의 악순환에 빠지고 오직 수익성 운영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된다. 또 철도운영공사가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을 적용받게 되면 현행 공기업이 안고 있는 낙하산 체제, 상업적 운영 체제가 그대로 반복된다”고 말했다. 철도운영공사가 또 하나의 상업적 공기업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유지·보수, 개량사업은 철도안전과 직결돼 있다. 철도노조는 “지금도 매년 20∼30명의 철도 노동자들의 목숨이 현장에서 사라지고 있다”며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대로 개량, 유지·보수 부문을 철도운영 부문과 분리하면 더욱 목숨을 건 선로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6월28일 철도노조가 파업에 들어가자마자 정부는 파업현장에 즉각 공권력을 투입했다. ‘대화와 타협에 의한 사회통합적 노사관계‘를 기치로 내건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첫 공권력 투입이다. 정부가 강경대응으로 치달은 까닭은 무엇일까? 정부의 입장은 어찌 보면 간단하다. “4·20 합의로 기존 철도 민영화 방안을 사실상 철회했는데, 왜 또 노동조합이 떼쓰는지 모르겠다”는 투다. 청와대 관계자는 “화물연대 파업과 조흥은행노조 파업에는 정부와 사용자가 타협할 여지가 있었지만 철도는 성격이 다르다. 협상 대상이 되지 않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래서 정부가 교섭 창구도 안 열어놓고 대응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철도공사화의 세부적 형태까지 노조에 결재받듯 할 순 없는 것 아니냐? 합리적 요구를 넘어 정부 정책에 대해 노조가 공동결정하자고 나오는 건 곤란하다. 물리력을 앞세워 관성적으로 파업부터 벌이고 보는 노동운동은 잘못됐다”고 덧붙였다. 이참에 노동계의 ‘선 파업, 후 대화’ 관행을 뿌리뽑겠다는 것이다.
공권력 투입은 노동정책 전환 신호탄인가
철도파업에 대한 경찰 투입이 노동정책의 방향수정을 뜻하는 것인지, 아니면 여론을 의식한 줄타기인지는 분명치 않다. 하지만 “노조를 무릎 꿇릴 때까지 국민들이 참아야 한다”(최종찬 건교부 장관)는 이성 잃은 대책은 파국만 부를 뿐이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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