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슈추적 ] 2003년06월19일 제464호 

새만금사업의 ‘정치성’

국책사업에 정치권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새만금간척사업만큼 시작부터 중요 고비마다 정치권이 직접 개입한 사업도 드물다. 최초 사업검토는 5공 말인 1987년을 전후해 이뤄졌다. 대선에 나선 노태우 후보는 전북지역 유세에서 지역 소외를 극복하는 공약으로 이 사업을 내세웠다. 집권 이후 예산 문제와 타당성 검토로 표류하던 이 사업은 91년 여야 영수회담에서 노 대통령과 김대중 신민당 총재가 사업에 전격 합의하면서 시작됐다. 노 대통령은 중간평가를 건너뛰고 이를 정치적으로 무마해달라는 ‘당근’으로 김 총재에게 ‘선물’을 건냈고, 김 총재는 정치적 기반 가운데 한곳인 전북에 ‘선물’을 준 셈이다.

환경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는 97년을 전후해 갯벌의 가치와 관련한 활동을 본격화했다. 98년 시화호 오염이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세계 5대 갯벌 가운데 하나이며 국내 최대의 간척사업인 새만금사업에 대한 관심과 반대여론도 퍼져나갔다. 99년 정부 차원의 재검토가 시작돼 민·관 공동조사단이 활동에 들어가 ‘갯벌의 경제적 가치가 농지보다 훨씬 높다’는 결론을 내렸고, 환경부는 수질에 대한 비관적 경고도 제출했다.

그러나 2001년 5월 정부는 공사 강행 결정을 내렸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일주일 동안 밤잠을 설쳤다고 알려져 있다. 김 대통령으로서는 민주당의 한 축인 전북지역 의원들의 아우성이 국정 현안의 합리적인 해법보다 흡인력이 더 강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노무현 정부 이후에도 정치권의 ‘사수대’는 민주당 전북지역 의원들이다. 정동영, 김원기, 정세균, 정균환, 장영달, 이강래, 강봉균 의원 등이 대표주자들이다. 특히 정동영 의원은 이 정부의 실세답게 배후에서 뚜렷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신주류, 구주류도 단일 전선이다. 새만금에 대한 이들의 노력은 참여정부 출범 이후 더욱 활발하다. 내년 총선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입장에서야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계산기를 두드릴 것이다. 전북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표로 따지면 환경단체들을 중심으로 한 시민단체의 표가 전북지역의 고정표에 비교가 안 된다. 그래서 당연히 노 대통령의 입장이 강행으로 정리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참여연대 김기식 사무처장의 진단이다. 겉으로는 농림부를 중심으로 사업의 불가피한 선택을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모든 것이 정치논리에 의해 움직인다는 것이다.

시민단체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태를 내년 총선 낙선운동과 연계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명확히 해두겠다는 것이다. 특히 대중적 정치인으로 좀더 큰 무대를 바라보는 정치인에게는 결정적인 부메랑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 왜냐하면 시화호 때는 사업을 추진했던 배후의 정치권과 정부의 책임론이 흐지부지 넘어갔지만 지금은 그때와 본질적으로 다른 시대이다. 한 환경단체 활동가는 “새만금이 썩어가기 시작하면 사업 강행의 선두에 섰던 정치인들의 정치 생명에도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재철 |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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