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슈추적 ] 2003년06월19일 제464호 

대북송금과 통치행위의 함수

통치행위론은 전제군주 국가에서 군주의 자의적인 권력행사를 합리화하기 위한 전근대적 이론이라는 지적을 많이 받아왔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역대 독재정권들이 계엄선포와 긴급조치 등을 이런 통치행위의 논리로 정당화했다. 대법원도 1979년과 81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사법기관인 법원이 계엄선포 요건의 구비 여부나 선포의 부당성을 심사하는 것은 사법권의 내재적인 본질적 한계를 넘어서는 것으로서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2000년 2월 서울행정법원은 김영삼 대통령의 둘째아들 현철씨의 특별사면과 관련해 “대통령 사면권은 고도의 정치적 결단에 의해 발동되는 행위로서 존중돼야 하는 이른바 ‘통치행위’이므로 사법심사의 대상이 아니다”고 판시했다.

이런 문제점이 지적됨에 따라 통치행위를 인정하기는 하나 그 범위를 놓고 축소해야 한다는 흐름이 형성돼왔다. 96년 헌법재판소는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대통령의 긴급재정경제명령에 대해 “고도의 정치적 결단에 의한 국가작용일지라도 국민의 기본권 침해와 직접 관련된 경우에는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그렇다면 대북송금은 통치행위론과 어떤 함수관계에 있을까?

헌법재판소의 한 연구관은 “긴급재정경제명령은 국내적인 문제였다”며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한 부분은 외교적인 통치행위로서 새롭게 판단을 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법대 성낙인 교수는 “대북송금 결정 자체는 통치행위에 해당되겠지만, 대출 부분은 부수적인 것으로서 통치행위로 보기 어려울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한편 5·18 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들이 12·12와 5·18 사건과 관련해 94년 전두환 전 대통령 등을 내란 혐의 등으로 서울지검에 고발한 사건을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려 당시 통치행위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은 사건에 대한 불기소 처분 결정을 뒤집고 사건을 수사해 관련자들을 기소했고, 관련자들은 대부분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류이근 기자/ 한겨레 사회부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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