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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독자적 목소리 필요하다” 인터뷰 | 앨리스 슬레이터 반핵·환경단체 ‘그레이스’ 대표
-‘어볼리션 2000’은 어떤 단체인지 설명해달라. =2000년까지 지구상에서 핵무기를 완전히 폐기하는 것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이름을 그렇게 붙였다. 1995년 NPT 연장 당시 미·러·중·영·프 등 핵 영구보유국은 분명히 핵무기를 궁극적으로 완전 폐기하겠다는 약속을 한 바 있다. 유감스럽게도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언제가 핵무기의 공포로부터 자유로워질 날을 기대하며 이름을 바꾸지 않고 있다. -평화운동가로서 이번 준비회의에 대해 전망해본다면. =북한이 조약 당사국의 지위에서 탈퇴한 뒤 열리는 첫 회의다. 또 회의를 불과 두달 앞두고 미·영 합동군이 이라크를 침공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바그다드 침략전쟁이 벌어진 뒤 열리는 유엔 차원의 첫 안보 관련 회의이기 때문이다. 지난해와 달리 참가국 대표들이 북한·이라크·이란·미국 등 특정 국가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면서 비판적 견해를 내놓고 있어 시작부터 긴장감이 높다. 이번 회의에서 중요한 점은 이라크 침공으로 구체화한 미국의 극단적 일방주의를 다자간 조약인 NPT 등을 통해 국제사회가 어떻게 견제할 것인가에 대한 해법을 찾는 것이다. -북한의 NPT 탈퇴에 대해 평화운동가로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북한을 비판하기에 앞서 미국의 책임이 너무 크다. 미국 정부는 의도적으로 북한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특히 미국은 1994년 제네바 북-미 기본합의 사항을 성실하게 이행하지 않았다. 위기의 책임이 미국에도 있다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북한과 협상에 나서야 한다. -핵을 둘러싼 북-미 갈등에 대해 한국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나. =영국의 적극적 동조가 없었다면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어려웠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한국 정부, 나아가 일본 정부의 동의와 협력이 없다면 미국이 북한을 무력으로 공격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와 협력해 나름대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 이런 노력을 통해 협상력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의 제안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그는 2000년 4월 NPT 평가회의 전 ‘모든 종류의 핵 위험을 제거하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한 광범위한 국제회의’를 열 것을 제안했다. 한-일 두 나라 정부가 뜻을 같이하는 정부들과 함께 이를 적극 추진해볼 만하다.
제네바=글·사진 이성훈 전문위원 almolee@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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