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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과 지옥을 오간 8년 1995년 6월12일 오전 8시40분~9시께 서울 은평구 불광동 한 아파트 안방에서 원인 모를 불이 났다. 만 7년 8개월 동안 사형(1심, 96년 2월)-무죄(2심, 96년 9월)-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대법원 상고심, 98년 11월)-무죄(고법 파기환송심, 2001년 2월)-무죄(대법원 재상고심, 2003년 2월)를 오간 치과의사 모녀살인 건의 시작이었다. 주민의 신고로 출동한 소방관에 의해 안방 장롱 안에서 난 불은 장롱 일부와 옷들과 커튼과 벽지 일부만을 태운 뒤 거의 꺼진 상태로 발견되었다. 화재 수습 뒤 소방관에 의해 이씨 부인(치과의사)과 딸 등 두명이 화장실 욕조에서 숨진 채로 발견되었다. 가장인 외과의사 이도행(당시 33살)씨는 자신의 병원 개원 첫날에 맞춰 일찍 출근한 뒤였다. 경찰은 국내 부검의의 법의학 소견서를 근거로 모녀가 오전 7시 이전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95년 9월2일 범인을 남편인 이도행씨로 판단했다. 이씨는 살인 및 현주건조물 방화혐의로 구속됐다. 그뒤 5개월간의 법정공방을 벌인 끝에 96년 2월23일 서울지법 서부지원은 이씨에게 법정 사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부인 등의 사망시간이 이씨가 출근한 오전 7시 이전일 가능성이 높다는 국내 법의학 감정결과를 인정했다. 이씨 가족은 억울함을 천주교인권위원회에 호소했다. 천주교인권위원회에서는 면담과 자료 검토를 통해 그의 무죄를 확신했고, 운영위원들의 결의로 이 사건을 맡기로 결정했다. 2심에서 변호인단은 잘못 인정된 화재 발견시각과 사망 추정시각을 방대한 자료검토와 외국 법의학 저서들을 근거로 해 검찰 증거의 불확실성을 증명해냈다. 96년 6월26일 이씨는 무죄로 석방되었다. 살인에 대한 직접 증거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그해 7월1일 서울고검은 이 사건을 다시 대법원에 상고했다. 1998년 11월 대법원은 ‘간접증거라도 종합적인 증명력을 고려할 때 유죄증거가 될 수 있고, 사건심리도 불충분하다’는 취지로 2심의 무죄판결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되돌려보냈다. 99년 초부터 이도행씨는 서울고등법원에서 여러 번의 재판을 다시 받았으며, 99년 10월19일에는 세계적인 법의학자 토마스 크롬페처 교수가 내한, 사망시각이 오히려 이도행씨 출근시각인 오후 7시 이후일 가능성이 높다고 증언했다. 2001년 2월17일 이씨는 환송심 고등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으나, 검찰의 재상고로 이씨는 재상고심을 받게 됐다. 2003년 2월26일 대법원은 무죄를 확정한 원심을 확정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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