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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섹션 : 이슈추적 | 등록 2003.01.23(목) 제444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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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널뛰기 발언, 부시는 못말려! 부시 행정부 대북정책 온건쪽으로 급선회… 전략적 목표 유지한 시간끌기 전술인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대북정책 ‘널뛰기’는 언제쯤 중단될까. 그의 최근 대북정책을 보면 헷갈리기 짝이 없다. 새해 벽두부터 부시는 냉온탕을 오가는 대북정책 관련 발언을 쏟아냈다. 애초 “북한이 먼저 핵폐기 선언을 하지 않으면 대화도 협상도 없다”고 했다가, 1월7일 한-미-일 3국의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 이후부터 “대화는 하겠지만 협상은 없다”더니, 1월14일에는 식량과 에너지 지원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흥미로운 대목은 북한이 위기지수를 끌어올릴수록 이에 반비례해 부시 정권의 고자세가 점차 누그러졌다는 점이다. 이는 거꾸로 북한이 미국의 고압적 자세에 순응하고, 여론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면 부시 정권의 대북정책은 여전히 방치돼왔으리라는 점을 쉽게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부시의 대북정책은 단순한 작용-반작용의 연장선에서 이뤄질 뿐 근본적인 변화는 아직도 멀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또 북한의 벼랑 끝 전술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부시 정권의 딜레마를 엿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협상은 없다더니 식량 등 지원 내비쳐
지금 미국 내에서는 대북정책을 둘러싼 논쟁이 1994년 북핵 위기, 98년 금창리 핵의혹 시설 발견, 미사일 발사 위기에 이어 가장 격렬하게 전개되고 있다. 대화와 협상을 유일한 대안으로 제시하는 목소리부터, 전쟁도 불사해야 한다는 초강경 목소리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이 펼쳐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부시가 집권한 이후 테러와의 전쟁이나 중간선거에서 대승을 거두기까지 벌어놓은 점수를 북한 문제로 다 깎일 판이라는 비아냥까지 흘러나온다. 비난의 화살은 주로 대북정책의 일관성 결여에 꽂히고 있다. 민주당 상원대표 톰 대슐 의원은 15일 “부시 행정부가 오늘은 북한과 국제사회에 이런 메시지를 보냈다가, 다음날은 대단히 상반되는 메시지를 흘려 혼란스럽다”고 부시 정권의 대북정책을 꼬집었다. 이런 비판적인 견해는 공화당쪽에서도 흘러나온다. 다만 이들은 부시의 정책이 갑자기 온건쪽으로 급선회한 데 불만이 많다.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 같은 이는 “북한이 국제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데도 과거의 실패한 정책으로 돌아갈 수는 없으며 유엔을 통한 제재로 나가야 한다”고 강경 대응을 주문한다. 온건쪽으로 가려면 확실히 그 방향으로 가든지, 아니면 애초 입장대로 강경일변도의 정책을 고수하라는 목소리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부시의 자세가 어정쩡하다. 부시의 딜레마는 쉽게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부시 외교안보팀의 궁극적인 대북정책 목표가 ‘정권교체’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다만 그 방법론을 놓고 내부에서 미묘한 견해차를 노출하고 있을 뿐이다. 그냥 지금처럼 대북 현상유지 정책을 유지하면서 무시할 것인가. 아니면 지속적으로 강압외교를 펴 북한 지도체제를 고사시키느냐, 또는 클린턴 방식대로 과거의 잘못은 일단 묻어두고 기능주의적 접근을 통해 점진적 변화를 유도하느냐 등이 논쟁의 핵심이다. 현상유지와 무시 정책 지지자들은 북한 지도부가 심각한 경제난과 식량난의 벽을 넘지 못하고 언젠가는 자체 붕괴할 것이라는 강한 믿음을 갖고 있다. 딕 체니 부통령 등은 완강히 변화를 거부했던 옛 소련도 미국의 지속적인 군사적 압박에 결국 두 손을 들고 말았다는 사례를 들며, 북한도 비슷한 방식으로 다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접근법은 지금까지 미국이 북한에 실제로 구사했던 정책들이기도 하다.
미국 미시적 접근에 북한 거시적 대응
그런데 북한이 공개적으로 핵무기비확산조약(NPT)에서 탈퇴하고 핵개발을 추진하자 사정이 달라졌다. 더구나 미국 내 여론과 한국·일본 등 동맹국들은 부시더러 기존 대북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부시로서는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도 끄고 보자는 심정으로 북한의 ‘선 포기, 후 보상’이라는 조건부 협상카드를 들고 나온 듯하다. 일각에서는 이를 대북 유화정책 전환의 청신호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애초 대화조차 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곱씹어보면 분명 태도 변화의 징후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한국 외교부 관계자들을 비롯해 미국 내 전문가들도 이런 시각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낸다. 우선 이들은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가시적으로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먼저 포기해야 한다는 대전제가 철회되지 않은 데 주목한다. 또 미국이 선 핵포기 조건으로 내세운 식량이나 에너지 지원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아니라는 데 우려한다. 북한은 식량이나 에너지보다 불가침협정 체결에 전략적 비중을 두고 있다. 북한이 미국의 제의를 ‘기만’으로 보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북한은 불가침협정을 맺거나, 다른 신뢰할 만한 형태의 체제안전 보장만 해주면 식량이나 에너지 문제는 자동적으로 해결될 사안으로 본다. 따라서 초점은 체제안전 보장이지, 식량이나 에너지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또 부시는 북한이 핵만 바닥에 내려놓으면 대담한 유인책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그 보따리 속에 북한을 안심시킬 만한 ‘무엇’이 포함돼 있다고 보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미국 대사관의 한 고위 관계자도 “지금은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 해체에 집중할 때이지, 대담한 유인책은 그 다음에 논의할 문제”라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즉 북한과의 협상을 위해 당장 특별한 당근이 준비돼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하게 내비친 것이다. 더구나 미국은 과거핵 해체까지 들먹거리며 북한의 우려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북한은 미국과의 신뢰구축 조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완전무장해제를 논의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기서 과연 미국은 북한의 의도를 제대로 읽고 정책대안을 제시하고 있는지 궁금증이 생긴다. 전문가들은 ‘부시 정부도 북한이 식량이나 에너지 지원으로 모든 핵을 포기하겠다고 나올 만큼 순진하다고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심하게는 대화 시늉만 내는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리고 부시 진영에서는 여전히 대북 포용정책 수용에 대해 회의론이 지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선 핵포기’를 조건으로 내건 북한과의 대화나 협상 수용은 기존 입장에서의 후퇴라기보다는 절묘한 탈출구로 평가된다. 이런 평가는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1월16일치 분석이 잘 묘사하고 있다. “부시 정부는 대북 강경 입장을 누그러뜨리고 있으나, 수사적 표현의 미묘한 변화는 근본적인 인식의 변화라기보다는 동맹국을 안심시키고, 이라크전에 대비하려는 시간벌기용일지 모른다.”
갈 데까지 가야 핵문제 풀리려나
부시 정부 고위 인사들은 요즘 부쩍 북핵 문제를 북-미 간 양자틀보다는 주변국들을 끌어들이는 다자틀을 활용해 풀겠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럴 경우 무엇보다 북핵 해결의 책임을 나눠 가질 수 있으며, 여전히 상대하고 싶지 않은 북한을 따돌릴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 이를 눈치챈 북한은 핵문제는 철저히 북-미 양자 간에 마주 앉아 풀 문제라고 주장한다. 설사 양쪽이 가까운 시일 안에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더라도 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여러 징후들이다. “북핵 문제는 갈 데까지 가야 해법이 나온다. 아직 때가 아닌 것 같다.” 10여년간 북-미 협상을 지켜봐온 외교부 관계자의 씁쓸한 진단이다. 임을출 기자 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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