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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섹션 : 이슈추적 | 등록 2003.01.09(목) 제442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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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해양부 보면 다면평가제 보인다 인수위가 도입 공언한 다면평가제…공정한 인사 정착 외에 조직에 활력 불어넣는 효과도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인사청탁 배격의도를 밝히면서 ‘패가망신’이란 과격한 언어까지 사용했다. ‘인사가 만사’라는 명제에 충실하겠다는 단호한 의지가 읽힌다. 숱한 뒷말을 낳은 편중인사가 결국 부정부패로 이어졌던 김대중 정부의 전철을 되밟지 않겠다는 다짐도 엿볼 수 있다. 노 당선자의 언급에 이어 지난 1월3일 임채정 대통령직인수위위원장은 “앞으로 노무현 정부에서는 정부 부처 등 공직인사에서 다면평가제를 뼈대로 한 새로운 인사제도를 도입할 것”이라며 ‘다면평가제’를 새정부 인사의 기본원칙으로 제시했다. 다면평가제는 인사 대상자를 두고 동료와 상·하급자가 동시에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제도다. 노 당선자가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 이를 활성화해 확대 적용했고,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로부터 인수위 인력을 뽑을 때도 이를 활용했다. 이에 따라 최근 공직사회에서는 다면평가제뿐 아니라 노무현 당선자가 장관 시절 이 제도를 정착시키고 확대 적용한 해양부의 인사 시스템 현황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공직인사에 ‘뒷말’ 없어질까
사실 해양부에서는 노무현 당선자가 장관으로 오기 이전부터 실질적인 다면평가제를 실시하고 있었다. 1996년 창설 당시 해양부는 해운항만청·수산청 등 여러 기관들이 합쳐지면서 행정직·수산직·선박직·토목직 등으로 출신기관과 함께 직렬이 서로 달라 일상적 인사에서도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게다가 부 창설 때부터 6급에서 5급 진급을 시험제가 아닌 심사제로 운용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인사 원칙을 만들어내고 후유증 없이 이를 적용해야 할 인사 담당자의 고충은 더욱 컸다. 이런 여건에서 당시 이용우 총무과장(현 본부국장)과 한홍교 인사담당(현 총무과 인사계장)은 지금의 다면평가제와 비슷한 ‘동료평가제’를 도입해 실시하게 됐다. 이용우 국장은 “당시 다른 부처처럼 진급 시험제를 운용했더라면 지금처럼 다면평가가 시스템화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고 뒷말 없는 인사를 위한 방법으로 여론조사 방식인 동료평가 방법을 도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홍교 인사계장은 “사람에 대한 평가만큼 편차가 심한 분야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비밀이 보장되고 여럿이 함께 참여해 평가하는 동료평가제를 실시한 결과 우려와는 달리 긍정적인 요소가 많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제도는 2000년 8월 노 당선자가 장관으로 취임한 이후 여러 미비점을 보완하고 각종 안전장치를 마련해 6급에서 5급 진급인사뿐 아니라 5급에서 4급, 4급에서 3급, 그리고 각종 보직인사 등으로 확대 적용하면서 현재의 다면평가제로 정착했다. 노 당선자는 본부 실국장인 1·2급 인사 때도 본부뿐 아니라 산하기관·학계·정계·업계의 관련이사로부터 다면적인 평가를 접수한 뒤 직접 인사를 하기도 했다. 노 당선자가 이 제도를 확대 적용한 것은 기본적으로 인사 시스템이 자신의 철학과 기준에 맞아떨어지기도 했지만, 거절하기 힘든 곳곳에서 들어오는 각종 인사청탁이 너무 많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즉, 이런 종류의 인사청탁에 대한 일종의 방어 시스템으로 이 제도를 활용한 측면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이 제도를 해양부에서 처음 실시할 때만 해도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상하관계가 분명한 공무원 사회에서 하급자가 상급자를 평가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고, 인기투표식으로 흘러 책임과 권한을 충분하게 활용하지 못한 채 조직이 위축되지나 않을까, 어쩌면 지연이나 학연이 조직적으로 작용해 낭패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더욱이 연공서열에 따라 진급하던 관행이 무너지면 조직이 지나치게 경쟁체제로 바뀌어 경직되거나 위화감이 조성될 가능성마저 있었다. 그러나 현재 해양부는 세계 어느 선진국 못지않은 공정하고 뒷말 없는 인사 시스템을 자랑하고 있다. 곽인섭 총무과장은 “1999년 도입한 다면평가제가 이제 성공적인 정착단계에 이르렀다. 인기투표식 인사라는 일부의 비판이 있지만 공직사회의 활성화를 이끌어낼 핵심적 인사방안이 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주장했다. 특히 곽 과장은 “모든 사람으로부터 능력을 인정받는 사람에 대한 ‘발탁인사’가 가능할 뿐 아니라 무능력한 사람이 연공서열에 따라 무조건 승진하거나, 지연이나 학연에 의해 승진하거나 보직이 주어지는 인사 폐해가 크게 줄어들었다”고 장점을 설명했다. 해양부 직원들도 “지금은 인사 뒷말이 거의 없어졌다”는 말로 다면평가제의 위력을 단적으로 표현했다. 옛날에는 인사가 끝나고 나면 “누가 누구에게 청탁을 했고, 누가 지연이나 학연관계로 밀어줬으며, 어디 출신이 어디 출신을 탈락시켰다”는 등의 뒷말이 끊이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런 뒷말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다만 기대한 승진에서 탈락한 경우 아쉬움을 토로하는 정도의 불평불만은 있지만 그마저 ‘누워서 침뱉기’로 비쳐 더 이상 뒷말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면평가제가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배경에 대해 한홍교 인사계장은 “다면평가제 성공요인은 결국 평가요원의 공정한 선정, 선발식 1차 평가에 이은 토론식 2차 평가, 편견을 없애기 위한 최고점과 최하점 배제 등 이 제도의 장점을 살려나가는 여러 방식의 도입과 운용이다. 해양부에서 적용하는 다면평가는 다른 부처 등에서 시험적으로 실시하는 평면적 다면평가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말했다. 해양부는 평가위원을 선정할 때 지역과 학연이 작용할 수 없도록 편성해 구성하고 선정 사실도 그날 통보해 평가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비밀과 공정성을 유지하도록 했다. 평가는 업무추진 실적, 의사전달 능력, 조직관리 능력, 발전 가능성, 근무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향·하향·수평식으로 진행했다. 한 인사계장은 “평가에 참여하는 직원들이 개인적 친분이나 인기 등을 고려하겠지만 막상 평가요원으로 선정되면 ‘과연 누가 더 적임자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에서 먼저 해답을 찾게 된다”고 그동안의 평가경험을 들려줬다.
인사의 30%를 발탁 특히 해양부는 다면평가 1위자에 대해서는 서열과 관련 없이 발탁을 통해 승진시키거나 보직을 부여했다. 지금도 인사의 30% 정도는 발탁에 의해 이뤄진다. 반면 평가에서 밀려 승진에서 탈락한 경우 초기에는 과감하게 지방으로 발령을 냈다. 이런 평가결과에 따른 분명한 인사가 이 시스템의 정착을 앞당겼다는 분석이다.
다면평가제는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건강성을 회복하는 ‘피로회복제’ 구실도 한다. 먼저 다면평가제가 실시되면서 청탁이 눈에 띄게 줄어들어 공직사회의 불신을 걷어냈다. 해양부 인사담당자는 “청탁이 먹혀들 여지가 없다 보니 청탁이 아예 없다는 표현이 옳을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반면, 직원들이 자신의 능력을 키우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 자신의 일과 관련한 분야에 대한 능력뿐 아니라 다른 분야의 일에도 관심을 갖고 밤늦게까지 연구하고 토론하는 직원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다면평가제에서 좋은 평가를 얻기 위해서다. 노 당선자가 해양부 장관 시절 만든 전문분야에 대한 연구토론모임인 ‘지식보트’, 책을 읽거나 새로운 내용을 발표한 경우 쌓이는 ‘지식마일리지’ 등이 대표적 예다. 각종 업무협조도 원활하게 이뤄진다. 그동안 자기 영역에만 매달리며 배타적 태도를 보인 공무원 사회가 민간기업 못지않은 상호 협조 시스템을 구축해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해양부 안의 각종 동호회에는 늘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바다를 알고 바다를 깨끗하게 하자며 지난해 초 ‘스킨스쿠버 동호회’가 생겼고, 정부 부처에서 보기 드문 ‘야구동호회’는 지난해 말 산하기관 시합에서 첫 우승하는 쾌거도 이뤘다. 일반적인 산악회·테니스회 등 외에도 여직원들이 주로 참여하는 각종 이웃돕기 바자회와 행사에는 모든 직원들이 참여할 정도로 주인의식과 함께 활기찬 분위기가 넘쳐나고 있다.
차한필 기자/한겨레 민권사회2부 hanphi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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